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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아침] 당대 관행 깬 파격 연주…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만년의 베토벤은 세상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았다. 예컨대 피아노 소나타는 3개 악장이어야 한다든지, 악장 간의 균형을 맞춘다든지, 박력 있게 마무리한다든지 하는 당시의 관행을 벗어났다.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32번 c단조(1822)도 그렇다.

이 곡은 2개 악장이고 2악장의 길이는 1악장의 두 배에 달한다. 2악장은 전체적으로 느린 변주곡인데, 중간에 32분의 12박자라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압도적이며 기괴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당대 평론가들은 경악했고, 이런 곡은 연주하지 말아야 한다고 분개하는 글도 남아 있다.

하지만 2악장의 후반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안정을 되찾더니 특별한 경지로 접어든다. 긴 트릴이 사용되는데, 보통은 기교를 자랑하기 위한 테크닉이 인간계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으로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32분의 12박자에 당황한 평론가들은 베토벤이 도달한 경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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