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화되었다' 출간

10년째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읽고 시 형식으로 댓글을 달아 댓글 시인으로 불리는 누리꾼 '제페토'가 4년 3개월 만에 두 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름이나 직업 등 신상을 밝히지 않고 인터넷에서 필명으로만 활동해온 저자는 '우리는 미화되었다'(수오서재)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쓴 시 129편을 담았다.

앞서 그는 2010년 한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용광로에 빠져 숨진 기사에 댓글로 애도의 시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남기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 시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일각에서는 실제로 청년의 추모 동상을 세우자는 모금 운동까지 일어났다.

당시 이 시에는 다시 400여 개의 댓글이 달린 바 있다.

그는 그간 댓글을 쓰며 다른 누리꾼들의 댓글도 읽었다고 밝혔다.

"여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떠들썩한 광장이요, 누구나 오가며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하는 저잣거리이자 담벼락"이 댓글 창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댓글시인 '제페토' 두 번째 시집…"댓글 창은 떠들썩한 광장"
저자는 첫 시집 출간 이후 댓글에 대한 자기 생각의 변화도 담았다.

그는 서문에서 "댓글의 부작용을 오랫동안 지켜본 탓일까.

뉴스를 읽고 거침없이 글을 쓴 과거와 달리 비판적인 시각으로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말(글)은 가시 돋친 생명체다.

밖으로 내보내기에 앞서 구부리고 깎고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며 "내 글쓰기가 선한 댓글 쓰기 운동의 일환은 아니지만, 댓글이 미칠 영향을 생각하며 매 순간 조심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댓글의 순기능과 역기능도 언급한다.

인터넷 뉴스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블로그, 카페 등에서 위력을 보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자정 능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저자는 악성 댓글에 시달렸던 한 연예인이 지난해 10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한 기사에 이렇게 댓글 시를 남겼다.

"짐승에게 있는 것이/우리에게도 있어/사람을 다치게 한다.

//그는 달아나는 표적이었다.

/옅은 미소만 비쳐도/몰려가 목을 물고/발톱을 찔러 넣지 않았던가.

//우리의 형상은 신뢰할 만한가?/나는 의심한다.

/앞발과 주둥이에 피 마를 날 없는 자들을/설득할 수 있을지//슬프다.

/우리는 미화되었다.

"('야수들' 전문)
236쪽. 1만3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