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면세구역의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입·출국자가 적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면세구역의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입·출국자가 적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협정을 맺은 국가 간 상대 나라 여행객의 입국 후 격리 조치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관광·여행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자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여행업계 "트래블 버블 맺고 자가격리도 조건부 면제해야"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 29일 '여행업계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를 열고 코로나19 방역이 우수한 청정국가 간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고, 현행 해외 입국자 14일 자가격리를 조건부 해제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장은 "여행업계는 코로나19로 생존 기반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업 매출은 지난 3월 이후 거의 전무하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표가 입증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입·출국객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213만8636명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4.7%, 해외로 나간 내국인도 382만755명으로 74.5% 급감했다.

때문에 여행업계는 트래블 버블이 여행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를 살리는 데 단비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홍규선 한국여행학회장은 "어려운 시기에는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각종 규제를 풀어야 국민이 산다"며 "홍콩·싱가포르·베트남·대만·캄보디아·호주 등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국가와 트래블 버블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진 "입국자 수 제한 등 여러 조치 필요"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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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트래블 버블을 맺을 경우 협정 상대국이 코로나19 청정국이라 해도 재확산 위험이 커진다고 짚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입·출국자가) 코로나19 음성 판정 결과지를 제출한다고 해도 감염 위험성이 '제로'라 볼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여행업계 주장은) 경제적 측면까지 감안해 이 정도의 위험성은 무릅쓰자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탁 교수는 "트래블 버블을 맺더라도 국내로 입국하는 외국인 인원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입국하는 외국인이 많아지면 방역당국이 관리해야 하는 국민 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방역당국에 행정적으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약을 맺는 상대국의 코로나19 방역 수준이 우리나라와 비슷해야 할 뿐더러 트래블 버블 협약을 체결한 나라의 확진자 발생 추이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트래블 버블' 협약시 가고싶은 나라 1위 '한국'

트래블 버블 협약이 맺어질 경우 국내를 찾는 외국인 수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자국민 6000여명 대상으로 어느 국가와 트래블 버블을 맺기를 원하는지 물었더니 한국(40.7%)이 독보적 1위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2위 일본(17.7%)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어 대만(16.9%) 말레이시아(11.6%) 뉴질랜드(8.6%) 순으로 조사됐다.
서울 성동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직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는데 입국자 자가격리조차 하지 않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것은 검사 시점에서 바이러스 배출이 없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PCR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잠복기 2주 안에는 언제든 발병할 수 있다"며 "72시간 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PCR 검사지를 제출하는 건 사실상 바이러스 잠복기 상태일 수도 있어 크게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청정국이라고 불리는 국가와 트래블 버블을 맺는다 해도 제3국을 경유해 국내로 입국하는 등의 위험요소는 남아있다"고 짚었다.

이같은 리스크를 제거하기 위해 일부 해외 국가는 특정 항공편 이용 승객을 대상으로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뉴질랜드 항공사 에어뉴질랜드와 호주 항공사 콴타스, 젯스타 등은 뉴질랜드에서 출발해 호주 시드니를 가는 노선에는 '무격리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이 항공편을 이용하면 뉴질랜드 국적자들은 격리 없이 호주를 여행할 수 있는 식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트래블 버블을 통해 업계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버블 협정은 항공사가 아닌 정부 당국 간 맺어야 하는 협정인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방역 우수국 간 트래블 버블이 시행돼 국민들 안전을 지키면서도 막힌 하늘길을 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