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정의·평화위원회, 지난 3년간 연구·집필
'차별·혐오' 벗어나 '환대·포용' 공동체 이루는 길 안내
보수 색채 짙은 개신교계 거센 논란 전망
국내 개신교계 첫 '성소수자 목회 안내서' 나온다
국내 개신교계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와 더불어 교회 공동체를 이뤄가는 방법을 담은 '목회 안내서'가 발간을 앞두고 있다.

교계에서는 유독 성소수자 문제를 놓고 극보수적인 입장이 지배적인 탓에 성소수자에게 손을 내밀어 환대하는 내용을 담은 이 목회 안내서 출간을 두고 거센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교계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성소수자 교인을 위한 목회 안내서(가칭)' 출간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조만간 내부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인쇄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 목회 안내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교회가 어떻게 이들을 마주하고서, 함께 신앙 공동체를 이뤄나갈지에 관한 길라잡이로 볼 수 있다.

목회 안내서는 성소수자들이 겪은 차별 경험담을 시작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이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 관련 의학 정보와 용어를 담았다.

교계 일각에서는 동성애를 질병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안내서는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동성애를 정신과 진단명에서 삭제하기로 한 결정을 소개하며 동성애를 질병으로 결론지었던 배경에 편견과 무지가 있음을 지적한다.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성서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도 다룬다.

문자-사실주의적 성서 접근을 고집하는 쪽과 역사-은유적 해석에 무게를 두는 관점 사이에서 빚어진 교계 내 다양한 스펙트럼을 소개한다.

목회 안내서가 지면의 절반가량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거둬내고, 바른 이해로 가는데 할애했다면 나머지 절반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가 없는 '환대와 포용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집중한다.

'무지개 교회'로 부르는 이 공동체의 시작은 자기 점검에서 시작한다.

목회나 출석하는 교회가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지 살펴보고,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떤 교인이 당신에게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히는 커밍아웃(coming out)을 했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지 등 고민을 털어놓는 교우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무지개 교회로 가는 징검다리로 워크숍을 열거나 퀴어축제 등 관련 행사에 직접 참여해볼 것도 제안한다.

부록으로는 성소수자 문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 상담소와 의료기관, 관련 영화와 서적, 세계 교회 동향 등을 실었다.

국내 개신교계 첫 '성소수자 목회 안내서' 나온다
이 목회 안내서는 지난 3년간 NCCK 정의·평화위원회 내부에 꾸려져 활동해온 '성소수자교인목회연구소위원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2017년 NCCK 총회에서는 연구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안이 보고됐고, 이듬해 총회에서 성소수자 목회 매뉴얼을 개발하는 3개년 계획이 승인됐다.

이어 2019년 총회에서는 목회 매뉴얼 발간과 설명회에 관한 최종 승인이 이뤄졌다.

이처럼 정식 절차를 밟아 목회 안내서 제작 작업이 오랜 시간 진행돼 왔으나 출간을 앞두고 막바지 진통이 예상된다.

NCCK 회원 교단 중에는 공개적으로 동성애 반대를 표명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이 포함돼 있다.

최근 예장 통합은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연구서인 '동성애는 죄인가'를 낸 허호익 은퇴 목사를 면직 및 출교 처분한 바 있다.

성소수자를 축복한 목사를 교회 재판에 회부해 정직 2년의 중징계를 내린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도 NCCK 회원 교단이다.

이들 교단을 중심으로 성소수자 목회 안내서 출간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반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최형묵 NCCK 정평위 위원장은 "목회 안내서는 성소수자 문제를 둘러싼 교리적 선언이나 입장을 내는 것이 아니다"며 "교회 안에 들어와 있으면서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성소수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