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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뜻밖의 특수 '공방'

흙은 사람의 손을 기억한다. 반죽 단계부터 일정한 힘으로 밀대를 밀어주지 않으면 겉보기엔 멀쩡한 도자기가 초벌 뒤에 뒤틀리거나 갈라진다. 컵을 만들 때는 손잡이와 몸통의 이음매 부분을 수백 번 다듬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 손잡이가 떨어진다. 예쁜 색을 입힐라치면 온갖 생각들로 분주한 머릿속을 ‘일시정지’시켜 놓고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붓질을 해야 한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 단단한 산백토로 주전자를 만들면서 사포질만 한 시간 이상 하다 보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어진다. 그러다가도 깊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짙은 군청색으로 유약을 입힌 게 멋들어지게 나오면 그게 그렇게 기특하고 뿌듯할 수가 없다. 도자기 공방에서 다양한 그릇을 빚으며 희로애락을 느낀다. 인생을 배운다.
코로나 뜻밖의 특수 '공방'

세상에 하나뿐인, 내 손으로 만든 나만의 것. 직접 완성해낸 수공예품의 매력이자 가치다. 시중 기성품처럼 자로 잰 듯한 그릇이 아니라 내 손가락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반듯하지 않은 도자기는 그 자체가 매력이다. 공산품에 싫증난 현대인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공방을 찾아다니며 수공예품을 만든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이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을 사는 데 돈을 쓰기보다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 풍성한 취미를 만끽하는 삶, 그야말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위해 지갑을 열고 시간을 들인다.
코로나 뜻밖의 특수 '공방'

품목도 다양하다. 가죽을 다듬어 카드지갑을 만들거나 내가 좋아하는 향을 골라 커스텀 향수를 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위세를 떨쳐 외부 활동이 크게 위축된 때에도 공방 작가들은 “2~3명씩 소규모 형태라도 원데이클래스에서 수공예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공방 운영에 지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1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후에는 정규 클래스 수강생이 예년보다 더 많아졌다고 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집에서 편하게 다양한 취미 활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온라인 수공예 클래스는 활황세다. 온라인 강의 사이트 ‘클래스101’의 수공예 강좌 수는 2년 전 29개에서 현재 284개로 급증했다.

인스타그램에 ‘#취미’를 단 게시글은 841만여 건, ‘#핸드메이드’ 550만여 건, ‘#원데이클래스’는 350만여 건이 올라 있다. 공방에서 데이트를 하고 집에서 수공예품을 만들며 ‘힐링’을 한다. 바야흐로 ‘핸드메이드 시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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