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차림에 장발…국내 첫 대체복무 입교식 열린 대전교도소
"저는 옥살이를 했지만 아들은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할 수 있도록 인권 존중의 사회로 간 것 같아 기쁩니다."

26일 대전교도소 앞에서 만난 장태원(56)씨는 대체복무 입교식을 앞둔 아들을 배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전교도소에 입교한 대체복무요원은 총 63명.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군 대체복무를 인정받게 된 첫 사례다.

대전교도소 입구는 오전부터 입교를 앞둔 대체복무요원들과 가족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장씨의 아들 장선재(29)씨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아들 장씨는 "20대 중반일 때부터 병역법으로 재판을 받아오며 군입대를 거부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공무원으로서 새롭게 발령받은 기분으로 성실히 복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2018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대체복무로 군역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정장 차림에 장발…국내 첫 대체복무 입교식 열린 대전교도소
또다른 대체복무요원 김진욱(31)씨는 "같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형은 병역 거부로 수감돼야했지만, 저는 대법원의 무죄 판단으로 대체복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입교한 요원들은 삭발하지 않은 장발이었지만 양복 정장을 입은 단정한 차림새를 갖추고 있었다.

대체복무요원들은 일반 사병의 복무기간(18개월)보다 두 배 긴 36개월을 근무한다. 김시원(29)씨는 “일반 복무기간보다 길지만 종교적 신념을 지킬 수 있어 만족한다"며 "(대체복무자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입교한 대체복무요원 1기는 3주간 대전교도소에서 교육을 받고 대전 및 목포 교도소로 배치된다. 배치받은 교도소 현장에선 함께 합숙하며 급식, 물품, 보건위생, 시설관리 등의 보조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교도소 직원들과 같은 복장을 입고 근무한다. 3주 뒤에는 곧바로 2기(42명)도 입교할 예정이다.

이들이 교육시간 머무르게 될 생활관에는 개인의 종교적 활동을 돕기 위한 교육실이 따로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프로젝트 화면에 영상을 띄워놓고 다함께 설교 등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각 방이 8개 침대로 꾸려진 생활관 10개실과 PC방 등도 있다.
정장 차림에 장발…국내 첫 대체복무 입교식 열린 대전교도소
이날 입교식에서는 국민의례와 국기에 대한 경례가 생략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체복무요원들이 특정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인 만큼, 그들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