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암시했다 무사히 돌아온 박진성 시인
최초 보도했던 손석희에게 원망스러운 메시지 남겨
"의혹만으로 삶 망가뜨린 사람 어떤 마음일까"
손석희 JTBC 사장 / 사진=연합뉴스

손석희 JTBC 사장 / 사진=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하루 만에 경찰 지구대를 찾아간 박진성 시인은 17일 "부끄럽다.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박진성 시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했던 여성을 JTBC '뉴스룸'에서 인터뷰했던 손석희 사장을 언급하며 "그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라고 적었다.

박진성 시인은 재판을 통해 당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박진성 시인은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보았다"며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한강 변을 오래 걸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손석희 전 앵커는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라며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단지 의혹만으로 자신이, 삶 자체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일까"라고 덧붙였다.
박진성 시인 /사진=박진성 시인 블로그

박진성 시인 /사진=박진성 시인 블로그

다음은 박진성 시인 입장문 전문
살아 있다는 것, 살아서 물 마시고 숨 쉬고 다시 허기를 느끼고 밥 챙겨 먹고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발톱이 자라고 손톱과 머리카락이 자라고 말을 한다는 자체가 징그럽고 지겨웠습니다.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습니다.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보았습니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을 때 드는 생각 하나는 이런 거였습니다.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한강 변을 오래 걸었습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었을 때 단 하나의 질문이 오롯이 남았습니다. 대부분의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손석희 전 앵커는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단지 의혹만으로 자신이, 삶 자체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일까, 자신이 주동해서 쫓아 내놓고 너는 왜 쫓겨났냐고 다시 조롱받는 어떤 삶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습니다.

수식어가 많은 문장이 시를 망치듯이 변명과 설명이 많은 반성은 상대방의 어떤 시간과 마음을 상하게 하겠지요.

부끄럽습니다.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20.10.17. 시인 박진성 삼가 올림.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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