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특별함'이 없어서 잘나가는 무인양품
경영전략의 권위자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전략이란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다양한 사업을 추구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2001년 위기에 처했던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을 구한 것도 ‘무인양품답지 않은 것’을 포기하는 지혜였다.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은 1980년 설립된 무인양품이 7000여 가지 품목을 취급하며 미국, 유럽, 중국 등 3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을 담았다. 가나이 마사아키 회장이 직접 구성하고 서문을 썼으며,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인 후카사와 나오토가 기획에 참여했다.

책에 따르면 “무인양품은 20세기와 함께 끝났다”는 업계의 냉혹한 평가, 과감한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이 찾은 해답은 ‘자기다움’이었다. 무인양품 임직원은 ‘그것이 무인양품다운가?’란 질문을 수시로 던지며 기본으로 돌아갔다.

무인양품의 모든 물건에는 ‘마이너스의 미학’이라는 무(無)의 철학이 담겨 있다. “특별하지 않기에 어떤 것과도 자연스레 어우러질 수 있고, 비어 있기에 모든 것을 담는 포용력을 지닐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무인양품이 책이나 청과물을 팔고 건물을 짓는 것 역시 무분별한 확장이 아니다. 그들의 철학을 지속해서 상품화한다는 맥락에서 궤를 같이한다.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주거 형태를 제안하는 ‘무지 하우스’, 일상처럼 편안한 여행을 누릴 수 있는 ‘무지 호텔’ 등을 통해 공간에 대한 자신들의 철학을 설파한다.

일본 경영전략 전문가인 구스노키 겐은 이렇게 말한다. “무인양품은 흰밥과 같다. 흰밥 자체로만 보면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여러 반찬과 함께 어우러져 근사한 맛을 낸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