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 인간의 역할은…양아치 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
작가의 도발적인 이름과 삭발한 머리, 첫인상이 강렬하다.

작품도 작가도 거칠고 직설적일 것만 같다.

그러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예상과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보랏빛으로 물든 공간에서 황금색으로 빛나는 작품들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알 수 없는 기호와 광석들이 박힌 조각 등 낯선 형상들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15일부터 열리는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본명 조성진·50)의 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 전경이다.

여러 개의 동공을 가진 아이 얼굴과 사이보그 같은 몸통, 불상의 손 형상을 딴 조각, 눈에 광석이 달린 성모마리아 등 이질적인 조합이 이어진다.

황동 주물과 자석, 광물, 버섯, 구슬 등 재료도 특이하다.

개막을 앞두고 만난 작가의 입에서는 심오한 주제가 나왔다.

말투는 부드럽고 진지했다.

"손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그동안 우리 손은 노동하는 손이었는데 이제 기도하는 손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
양아치는 기술, 문화, 환경 등의 주제를 탐구하며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과 그 이면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미디어 아트로 다뤄온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뒤바꿀 세상과 그 속에서 인간이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는 "이미 인간에 대한 감시가 일상화돼 있고 빅데이터와 로봇 등이 인간의 일을 장악하고 대신한다"라며 "무섭기도 하지만 정말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반상을 호령했던 바둑기사 이세돌이 인공지능과의 대국 후 은퇴한 것을 언급하며 "인간은 이제 데이터에 끌려가지 않고 데이터를 초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더 인간다운 삶을 사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한 기계가 이타적인 역할을 하고, 인간은 전통적인 노동에서 해방돼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이자 희망 섞인 바람이다.

작가가 손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노동을 중시해온 현대사회에서는 일하는 손이 가장 아름답다고 들어왔지만, 작가는 기도하는 손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미래사회 인간의 역할은…양아치 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
전시는 작가의 이런 사유를 바탕으로 한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신작을 선보인다.

대부분 작품은 여러 개의 눈과 동공,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어디서나 우리를 감시하는 카메라를 연상케 하는 동시에 여러 차원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펼칠 세계로도 해석된다.

양아치는 인간과 사물, 자연과 인공, 가상과 현실, 과거와 미래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자신의 세계관을 펼친다.

미래 사회의 디스토피아적 면모를 보여주는 듯하면서 영적인 이미지의 작품으로 위로와 치유의 손길을 건네기도 한다.

다만 작품에 직접적으로 작가의 메시지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곳곳에 실마리는 숨어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해석은 관람객의 몫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영상작업 '갤럭시 익스프레스'에서 읽을 수 있다.

영상은 렌즈 없이 데이터만으로 3D 이미지를 생성하는 라이다 등 '다른 눈'으로 서울 시내 풍경을 조망한다.

여기에 화려한 색감의 열화상카메라 영상이 겹쳐진다.

눈의 역할을 하는 렌즈가 있어야만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기존 인식을 뒤흔든다.

12월 13일까지.
미래사회 인간의 역할은…양아치 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