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쇼크'에 미운오리 된 인천공항 면세점…또 유찰 사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제4기 면세점의 세 번째 입찰 결과가 유찰로 기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면세사업자들의 외면으로 앞서 두 차례 유찰된 데 이어 세 번째 입찰에서도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날 오후 4시 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6개 구역 사업자 입찰을 마감한다. 그러나 입찰 참여 의사가 있다면 전날까지 내야 하는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사업자는 2곳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입찰 당시와 같이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못해 사실상 유찰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찰에는 직전 입찰전과 같이 화장품과 향수를 판매하는 DF2, 주류·담배·포장식품 판매 구역 DF3, 주류·담배 판매 구역 DF4, 패션·잡화 판매 구역 DF6 등 대기업 사업권 4개와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2개(DF8·DF9)가 나왔다.

입찰 계약조건도 직전 입찰 때와 같았다. 항공 여객 수요가 2019년 같은 기간의 60% 수준을 회복하기 전까지 최소보장금(임대료) 없이 매출에 연동해 영업료(매출에 품목별 영업요율을 곱한 금액)만 납부하는 조건이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점, 온라인·모바일 기술 발달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 등에 비춰 면세사업자가 적자 위험을 부담하며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할 유인이 줄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 세계 공항 면세점 중 매출 1위였던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은 한때 면세점 대표들이 직접 입찰 프레젠테이션에 나설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면세점들은 인천공항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다.

게다가 구조적으로 면세점들이 인천공항에 입점하는 유인이 낮아진 상황인 점도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면세점들이 꾸준한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널리 알린 상태고, 해외 매출비중도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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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온라인 면세점 비중 확대로 면세점 매출에서 공항면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격하게 줄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 중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의 비중은 각각 50%, 30%에 달했고, 공항 면세점은 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5년 당시보다 면세업체들의 해외사업 매출이 대폭 상승한 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를 위해 인천공항에 입점해야 한다는 부담이 낮아졌다"며 "3기 입찰 당시에는 중국인 관광객 1000만명 달성 전망 등 수요 기대가 있었으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2020년 코로나19를 겪은 후 수요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호텔신라의 경우 2014년 1000억원 수준에 그쳤던 해외매출이 2019년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상징성이 큰 만큼 면세사업자들이 입점을 희망하지만 대규모 적자를 부담하기에는 사정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시내 면세점 수익으로 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메우던 면세사업자들의 경우 추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며 임차료 구조가 바뀌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가 상업시설은 같은 조건에서 두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여행 수요도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최소 보장액이 남아있는 한 이 같은 사태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만큼 위험부담을 가급적 줄이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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