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삶 다룬 만화 '풀'…만화계 오스카 하비상 수상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삶을 그린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이 미국 하비상(Harvey Awards) 최고 국제도서(Best International Book)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12일 밝혔다.

하비상은 미국 만화가이자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Harvey Kurtsman)의 이름을 딴 상으로 '만화계 오스카상'으로 불릴 정도로 만화계에서는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졌다.

하비상 수상작은 지난 9일 미국 뉴욕에서 온라인 방식으로 열린 만화축제 '코믹콘'에서 발표됐다.

김 작가는 시상식에서 "하비상을 수상하게 돼 영광"이라며 "풀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 세계 모든 곳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풀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려진 만화로 여성과 사회계급 문제를 다룬다.

이 작품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6 스토리 투 웹툰 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됐으며 영어 등 12개 언어로 번역돼 해외 각국에 출간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2016년에는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최우수상에 선정됐으며 지난해에는 프랑스 진보 성향 일간지인 휴머니티가 주최한 '제1회 휴머니티 만화상'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는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 작가는 1971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7살 때 서울로 올라온 뒤 대학을 졸업하고 무작정 프랑스로 떠나 조각가·만화가로 20년 가까이 활동했다.

2011년 한국에 돌아온 김 작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아버지의 노래',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 우리나라 원폭 피해자를 다룬 '할아버지와 보낸 하루' 등 현대사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꾸준히 그려왔다.

최근에는 한국전쟁 당시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만화 '기다림'을 출간했으며 2021년 프랑스어판과 영어판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