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석 전 교수·일본 다지마 박사 공동 번역
91년 전 일본 학자가 쓴 '이조불교' 첫 완역 출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학자가 쓴 조선시대 불교통사 '이조불교(李朝佛敎)'가 국내에서 처음 완역돼 출간됐다.

1929년 간행된 다카하시 도루(高橋亨·1878∼1967)의 이조불교는 1918년 이능화(李能和·1869-1943)가 한문으로 펴낸 '조선불교통사'와 함께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대표적인 조선불교사서로 꼽힌다.

이능화의 책은 2010년 먼저 번역돼 나온 바 있다.

도쿄대 졸업 후 교사로 조선에 건너온 다카하시가 조선 불교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12년 조선총독부 촉탁을 받아 오대산 사고(史庫)를 조사하면서다.

그는 당시 사고가 있던 오대산 월정사 영감암에 반달 간 머물며 당시 승려들의 수행 면면을 보게 됐는데 서울 주변 사찰에서 봤던 속승(俗僧)과 달리 성실한 수도 생활에 놀랐고, 조선 불교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다카하시는 조선 시대 불교사를 3기로 나눈다.

1기는 고려 말과 태조 때부터 성종까지, 2기는 연산군에서 인조까지, 3기는 효종 이후다.

책도 이 같은 구분에 따라 3편으로 나눠 집필하며 마지막 4편에는 여설(餘說)을 덧붙였다.

저자는 책을 집필하며 많은 자료를 참고했는데, 불교 정책을 다룰 때는 조선왕조실록을, 승려 개개인에 관한 내용은 승려 문집 등을 토대로 했다고 한다.

다카하시는 1923년 경성제국대 창립에 관여했고, 3년 뒤에는 이 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 1939년 정년 퇴임했다.

번역 작업에는 이윤석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와 같은 대학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다지마 데쓰오 박사가 참여했다.

이씨는 역자 후기에서 "'이조불교'는 백 년 가까운 기간 한국과 일본에서 한국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널리 읽힌 책"이라며 "그동안 한국에서는 이 책을 번역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모두 끝내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다지마 선생과 역자(본인)는 동갑인데, 칠십이 넘어서 불교 관련 서적을 함께 번역해서 내게 됐으니, 불가에서 얘기하는 전생의 인연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민속원. 916쪽. 8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