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설치작가 2인 나란히 신작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서 양혜규展
현대자동차 후원 대규모 전시
현실과 환상, 예술과 과학 등
경계 넘나드는 작품 선보여

PKM갤러리에선 구정아展
양혜규의 조각 ‘소리 나는 가물(家物)’ 시리즈 중 냄비 소재 작품(왼쪽)과 어둠 속에서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구정아의 인광 회화 ‘Seven Stars’.

양혜규의 조각 ‘소리 나는 가물(家物)’ 시리즈 중 냄비 소재 작품(왼쪽)과 어둠 속에서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구정아의 인광 회화 ‘Seven Stars’.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두 설치작가 양혜규(49)와 구정아(53)가 신작과 함께 나란히 돌아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₂& H₂O’와 ‘구정아: 2020’을 통해서다. 두 사람이 내놓은 작품들은 소재와 성향이 다르지만 존재의 다양한 의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MMCA 현대차 시리즈는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2014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국내 중진 작가의 개인전이다. 동시대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양혜규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의 기물, 전통과 현대, 현실과 환상,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재를 버무린 신작을 다수 포함한 설치, 회화 등 40여 점을 선보였다.
양혜규의 '소리 나는 가물家物'(2020) 설치 전경. 다리미, 헤어 드라이어, 마우스, 냄비의 형태를 확대해 작은 방울들로 표면을 감쌌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양혜규의 '소리 나는 가물家物'(2020) 설치 전경. 다리미, 헤어 드라이어, 마우스, 냄비의 형태를 확대해 작은 방울들로 표면을 감쌌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우선 주목되는 오브제는 작가가 지속적으로 작업해온 방울이다. 방울은 무속을 비롯한 많은 종교에서도 여러 차원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춤과 같은 몸짓을 동반한 의례에서 금속성 방울 소리는 정신 상태를 최고조로 고양시키는 수단이다.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냄비, 빨래건조대 등 일상의 물건들을 사람보다 크게 확대해 맞붙이거나 결합한 ‘소리 나는 가물(家物)’은 표면을 뒤덮은 수많은 방울들로 인해 또 하나의 혼종(混種)으로 탄생했다. 손잡이와 바퀴가 달려 있어 움직일 때마다 방울이 떨리면서 소리를 낸다. 그래서 로봇 같기도 하고 정체 모를 생명체 같기도 하다.
양혜규의 '중간 유형'(2017~2020)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양혜규의 '중간 유형'(2017~2020) 설치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세탁한 옷을 말리는 건조대는 ‘소리 나는 접이식 건조대-마장마술’로 재탄생했다. 방울로 이뤄진 옷감이 건조대의 뼈대를 감싼 모습이다. 수많은 방울을 금속 링으로 엮어 15m 높이의 천장에서 늘어뜨린 ‘소리 나는 동아줄’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설화처럼 우주적 승화를 꿈꾸게 한다. 다양한 크기의 방울이 불규칙하게 부착된 ‘소리 나는 백설 어수선 불룩’, 인조 짚을 엮어 만든 조각 연작 ‘중간 유형’ 등과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벽지 작업 ‘디엠지 비행’, 디지털 콜라주 현수막 ‘오행비행’ 등도 새롭게 선보였다. 높이 10m의 블라인드 조각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 개념미술가이자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1928~2007)의 큐브형 원작을 재해석한 ‘솔 르윗 뒤집기’도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방울 소리·어둠 속 초록빛…양혜규·구정아가 펼친 '존재의 의미'

PKM갤러리는 구정아의 개인전이 열리는 11월 28일까지 낮 12시 문을 열어 오후 9시까지 개방한다. 빛의 유무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여서다. 구정아는 오스트리아의 독일어 잡지 ‘오오옴(Ooom)’이 지난해 말 ‘올해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 100인 중 32위로 뽑은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야외 설치작업을 비롯해 회화, 드로잉, 조각 등 올해 작업한 미공개 최신작 30점을 내놓았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인광(燐光) 작품들이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단색화인가 싶은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다. 너무나 밋밋한 화면에 실망감이 들 즈음, 조명이 꺼지면서 작품들은 전혀 다른 3차원 공간으로 변신한다. 암흑의 우주 속에서 별들이 초록빛을 내뿜으며 떠다니는 것 같다. 인광 안료를 머금은 ‘세븐 스타즈(Seven Stars)’ 연작이다. 12분마다 찾아오는 3분간의 암흑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는 인광 회화와 조각들은 가시적 세계 너머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평행우주를 연상케 한다.
방울 소리·어둠 속 초록빛…양혜규·구정아가 펼친 '존재의 의미'

PKM갤러리의 별관 정원에 설치된 인광 스케이트파크 ‘레조넌스(resonance·공명)’는 두 개의 크고 작은 요람 형태로 디자인된 신작 조각이다. 직경 8.1m, 높이 1.7m의 연초록빛 조각은 밤이 되면 녹색 빛을 뿜어낸다.

2012년 프랑스 바시비에르섬에서 처음 선보인 스케이트파크는 구정아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작품이다. 작품인 동시에 실제 스케이트보더들에게 개방되는 시설물이다. 리버풀 비엔날레와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도 스케이트보드장을 만들었고, 지난 2월 폐막한 밀라노트리엔날레에서는 건물 내부를 야광 스케이트보드장으로 꾸몄다. 이번 작품도 보더들에게 개방돼 스케이트보딩과 순수예술의 접점을 마련한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