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링스영암을 찾은 골퍼들이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에 진입해 다음 샷을 준비하고 있다. 4인 카트보다 훨씬 가벼운 2인 카트를 쓰는 이 골프장에선 페어웨이 안까지 카트를 몰고 진입해 샷을 할 수 있다.  사우스링스영암  제공
사우스링스영암을 찾은 골퍼들이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에 진입해 다음 샷을 준비하고 있다. 4인 카트보다 훨씬 가벼운 2인 카트를 쓰는 이 골프장에선 페어웨이 안까지 카트를 몰고 진입해 샷을 할 수 있다. 사우스링스영암 제공
“삐빅, 고객님 지나가겠습니다.”

지난 25일 전남 영암군 사우스링스영암 클럽하우스 내 식당. 메뉴를 고르는 골퍼들 사이로 ‘로봇 서버’들이 기계음을 내며 누볐다. 예상치 못한 인공지능(AI) 음성에 몇몇 골퍼는 깜짝 놀라며 길을 터줬다. 이곳은 사람 대신 로봇 서버가 식사를 테이블까지 가져다주고, 식사 후엔 고객이 직접 퇴식구에 그릇을 반납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셀프서비스 다이닝 ‘셀프(S) 라운지’다. 인건비를 절약한 덕분에 국밥 등 웬만한 메뉴는 1만원 선에 제공된다.

한길수 사우스링스영암 사장은 “맛집 천국인 전라도에서 클럽하우스 음식은 ‘간단한 한 끼’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며 “손님들도 로봇 서버를 신기해하고 또 시기가 시기인 만큼 사람과 접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개장한 사우스링스영암의 ‘파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월 1만6000여 명이 다녀가는 45홀(짐앵 코스 27홀·카일필립스 코스 18홀) 골프장에 상주하는 캐디는 0명. 사우나에도 그 흔한 ‘탕’ 하나 없다. 골프장이 표방하는 슬로건, 이른바 3무(無) ‘골프장’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저렴하고 편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가 바로 ‘3무 골프장’이었다”는 게 한 사장의 말이다.

“캐디가 필요하면 직접 데리고 오시면 됩니다. (캐디가 없으니) 카트 사고 등 안전문제를 걱정하는 고객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카트와 카트 패스(path)에는 센서가 있어 행여 위험 지역으로 가도 카트가 알아서 멈추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모든 게 새로운 것이라 골프장을 찾는 이용자의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는데 다행히 좋아하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골프장은 이 같은 새로운 콘셉트에 호응하는 골퍼에게 저렴한 그린피로 보답한다. 사우스링스영암의 10월 성수기 그린피는 최저 7만5000원(이하 짐앵코스 4인·인터넷 회원가 기준). 캐디피가 들지 않아 1인당 1만원인 카트비를 포함해도 최저 8만5000원이면 성수기 18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에 진입하고, 양잔디(벤트그라스)에 마음껏 디봇 자국을 내는 것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사우스링스영암은 4인용 카트가 아니라 2인용 카트를 운용한다. 네 명이 한 팀으로 라운드하면 두 대를 내주는 식이다. 골퍼와 잔디를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관행을 깬 것이다.

한 사장은 “페어웨이 카트 진입은 잔디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인 한국에선 꿈처럼 여기던 일”이라며 “공과 같은 거리 선상에 있는 카트도로에서 직각으로 페어웨이로 진입하는 규칙(90도 룰)만 지키면 공 바로 옆에 카트를 세워놓고 샷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우스링스영암은 프로골퍼들의 전지훈련지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한국에서 겨울훈련을 해야 하는 수요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 27일 이곳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팬텀클래식 때 출전한 선수들의 평가가 꽤 후했다는 게 골프장 측 얘기다. “구체적인 비용을 문의하는 선수도 있었다”고 한 사장은 전했다.

그는 “양잔디로 골프장을 만든 건 사시사철 영상 기온을 지키는 영암 날씨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골프장이 ‘골프 마니아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 과감한 도전과 변화를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암=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