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아, - 박준(1983~)
그 사람 고향이 양양이야, 말을 할 때마다 먼저 아, 하는데. 또 말을 이으면서도 아, 하고 내뱉는데. 그게 그곳 사람들의 사투리인지는 모르겠어. 또 모르지. 그 큰 산들이 언제나 눈앞에 보이니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일 수도. 말을 맺고 나서도 매번 아, 아아, 아.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사) 中

깨달음의 ‘아’도 있고, 감탄의 ‘아’도 있고, 탄식이나 놀람의 ‘아’도 있고, ‘아’의 쓰임은 상황에 따라 참 다양하기도 하지요. 그중에서도 이 시에서 반복되는, 양양에서 온 사람의 입버릇인 ‘아’는 참 선명하고도 재미있습니다. 말투와 입버릇은 그 사람의 발화를 고유하게 만들지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유일한 사람이 되지요. 그래서 지울 수 없고, 대체될 수 없고, 방점처럼 찍혀 두고두고 생각나고야 마는 존재가 되지요.

주민현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