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아르코미술관 기획전 '더블 비전'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생명공학은 인류 문명을 바꿔놓고 있다.

최첨단 기술은 우리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소외라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개막한 주제기획전 '더블 비전(Diplopia)'은 과학기술이 자본주의 생산구조와 결합해 인간의 활동과 노동 환경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시각언어를 통해 살펴본다.

김실비, 양아치, 오민수, 이은희, 임영주 등 작가 5명의 작품이 영상과 소리, 설치 작업을 통해 과학기술과 자본주의가 얽힌 체계 속 인간의 노동과 신체, 기계가 포착한 인류의 모습, 다가올 가까운 미래를 다룬다.

전시는 오늘날 과학기술에 대한 환상이 그 자체보다 자본주의에 예속될 때 문제가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가려지거나 배제된 것을 드러내고자 한다.

전시 제목 '더블 비전'은 하나의 물체가 둘로 보이는 현상인 복시를 뜻한다.

한 가지 시선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인간의 관계에서 가려지거나 배제된 것까지 다층적으로 바라본다는 의도를 담았다.

오민수의 '아웃소싱 미라클'은 자본주의 시스템 속 노동자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38명이 목숨을 잃은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을 찾아 녹음한 소리가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스피커들에서 흘러나온다.

폐허가 된 공간의 소리가 증폭돼 굉음처럼 울리고, 차가운 철제 스피커가 추락하듯 떨어진다.

양아치의 'Sally'는 인공지능 샐리가 안내하는 스마트 시티 서울의 미래를, 이은희의 '어핸드인어캡'은 신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과 과학이 동원되는 방식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김실비는 '회한의 동산'에서 신에 대한 믿음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학기술을 향한 신념으로 대체된 상황을 비유한다.

임영주의 '세타'는 기술과 자본을 향한 이 시대의 염원과 이에 대한 환상을 비추는 작품이다.

11월 29일까지인 이번 전시는 지난 24일 온라인으로 먼저 선보였으며, 현장에서는 사전 예약을 통해 오는 29일부터 관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