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미래도시의 녹화 방식과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인류의 또 다른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와이즈맵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미래도시의 녹화 방식과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인류의 또 다른 시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 와이즈맵 제공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도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거, 치안, 위생, 환경오염, 전염병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설계와 계획이론이 등장했고 새로운 유형의 도시가 출현했다. 이후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21세기 들어 정보기술(IT) 발전으로 도시 간 네트워크는 지구 전체를 덮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했다. 도시의 일상은 점점 사라지고 정치, 경제, 산업 등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이기 시작했다. 독일 유명 건축가 프리드리히 폰 보리스와 도시개발자 벤야민 카스텐은 함께 쓴 《도시의 미래》에서 그 반대의 예측을 내놓는다. 이들은 “코로나19를 통해 공간의 역할, 도시의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며 “미래 도시를 향한 변화의 흐름이 과거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마을] 미래엔 '수직형 도시 숲' 들어선다
이 책은 건축가와 도시 계획가의 관점에서 도시의 미래를 다각적으로 조망한다. 저자들은 21세기 도시가 국가의 개념을 뛰어넘는 존재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2050년 안에 전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거대 도시를 넘은 초대형화 도시에는 인구밀집, 자연파괴 등 많은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라이프스타일 등 전 분야에 걸친 변화를 포괄하는 미래 도시 ‘글로벌 폴리스’를 설계했다. 글로벌 폴리스는 전 세계에 걸친 ‘도시 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뤄진 다양하고 활력 넘치는 도시공간을 말한다. 이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자료를 제시하며 글로벌 폴리스가 허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책은 인구밀도, 기반시설, 생태계, 자원, 주가, 일 등 11개 키워드를 통해 미래 도시의 변화 양상을 시뮬레이션해 보여준다. 글로벌 폴리스에선 도심 속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주거 난방을 해결하고 건물 전면에 있는 숲이 건물의 냉방 시스템을 담당한다. 이동수단 발달로 개인 소유 차량이 급감하고 빈 도로가 공원으로 채워진다. 식량은 터널 농장과 지하농장, 옥상 농원 등 도심 농업으로 공급된다.

저자들은 책 후반부에 미래 도시의 단초를 제공하는 각국의 미래형 도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건물 전체에 나무를 심어 이른바 수직형 도시 숲이라고 불리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스코 베르티칼레’와 호주 시드니 ‘원 센트럴 파크’ 등이다. 각종 도로가 도시 거주자들을 위한 실제 활용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역 앞 고가도로형 녹지공원인 ‘서울로 7017’과 도심 한가운데 있던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조성한 ‘청계천 복원 사업’도 등장한다.

저자들은 이런 도시 변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글로벌 폴리스가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던진다. 이들은 “글로벌폴리스 주변국이 댐, 풍력발전, 태양광, 바이오매스 등을 통한 에너지 생산과 식량 공급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미래 도시가 상업화되고 이익지향적으로 움직일지, 민주적으로 또는 권위주의적으로 조직될지에 대해서는 “건축이나 도시 계획 수단에선 그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들은 “결국 미래 도시를 디자인하는 주체는 건축가와 도시개발자뿐 아니라 다원적 도시 환경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각성된 능동적인 시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