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물감·색 비밀 알면 더 흥미로워지는 '그림 읽기'
“미술관에서 세 시간 동안 한 작품만 뚫어지게 바라본 뒤 깨달은 것을 써내라.” 하버드대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는 제니퍼 로버츠는 학생들에게 이런 과제를 내준다. 해당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봐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인다. 평소에 그림을 제대로 보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미술사 연구자인 아키다 마사코는 《그림을 보는 기술》에서 그냥 ‘보는 것’과 ‘관찰’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관찰을 통해 그림을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림 속 주인공이 어디에 있는지, 조연과 주연은 어떤 관계인지부터 시선이 그림을 따라가는 경로, 색감, 균형, 비례, 그림의 표면적인 특징과 구조 등에 이르기까지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그림의 주인공인 초점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림을 봤을 때 곧바로 눈길이 가는 곳. 여기에는 다섯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화면에 하나밖에 없는 것, 얼굴 등 익숙한 것, 그 부분만 색이 다른 것, 다른 요소에 비해 큰 것, 화면 한복판에 있는 것 등이다.

화면에서 명암의 차이가 큰 부분, 선이 모이거나 교차하는 곳, 몸짓이나 손짓이 향하는 곳 등 눈길을 유도하는 ‘리딩 라인(reading line)’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단계를 거치면 초점이 두 개인 그림을 읽는 요령까지 확장된다.

시선이 따라가는 경로는 그림을 구석구석까지 보도록 화가가 만든 장치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갈라테이아의 승리’처럼 빙글빙글 돌거나(회전형), 빈센트 반 고흐의 ‘추수’처럼 지그재그로 가거나, 일리엇 어윗의 ‘캘리포니아 키스’처럼 중요한 요소에서 주변으로 시선이 펼쳐지는 방사형 등 다양하다.

그림의 균형이 잡혀 있는지 보려면 척추에 해당하는 가로, 세로, 대각선 등의 구조선부터 찾아야 한다. 약동감이나 역동성이 느껴지는 그림에는 사선으로 된 구조선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크고, S자형으로 구조선이 구부러지면 인상이 한층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물감과 색의 비밀, 명화의 배후에 숨겨진 구조까지 알면 그림 읽기는 더 흥미로워진다. 풍부한 명화 도판에 눈앞에서 강의하듯 콕콕 짚어주는 설명이 친절하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