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캉스 바람에 '반쪽 방역' 전락
말로만 거리두기 추석

'고향 방문 자제' 정부 권고에도
여행 수요는 늘어 '풍선 효과'

서울~제주 항공권 가격 3배↑
휴양지 리조트 예약 100% 육박
< 텅 빈 플랫폼 >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자 사람들이 휴양지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3일 서울역 플랫폼이 승객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 텅 빈 플랫폼 >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자 사람들이 휴양지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3일 서울역 플랫폼이 승객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직장인 성모씨(31)는 이번 추석 연휴를 제주도에서 보내기로 했다. 평소보다 3배 비싼 16만원을 들여 서울~제주 왕복항공권을 끊었다. 고향인 부산은 가지 않기로 했다. 가족 간 거리두기를 강조한 정부의 권유도 있었고, 부모님도 오지 말라고 해서다. 성씨는 “올해는 휴가 때도 집에서만 보내서 이번에 여행을 결심했다”며 “하지만 추석 연휴기간에 제주를 방문하는 사람이 30만 명이나 된다니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기간에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고향을 방문하지 않기로 한 시민들이 주요 관광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강원 제주 등 주요 휴양지 호텔과 항공편 예약은 이미 70~90%가량 찼다. 고향 방문 자제 분위기가 여행 수요를 늘리는 ‘풍선효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반쪽짜리 방역’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n차 확산’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향 대신 휴양지로
설과 추석 연휴는 호텔업계에서 극성수기로 꼽힌다. 평균 객실 점유율이 80~90%에 달한다.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추석 연휴도 예년과 비슷한 분위기다. 한화리조트는 올 추석 연휴에 전국 리조트 14곳의 평균 객실 점유율이 9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대와 설악, 거제 등 리조트는 연휴를 보름 앞두고 벌써 객실 예약이 꽉 찼다. 전국 국립공원 내 야영장도 이달 초 추석 연휴 기간 예약이 90% 찼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강원 지역 호텔 예약률은 평균 94.9%에 이른다.

숙박예약 플랫폼인 여기어때 관계자는 “이달 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던 숙박 예약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편 수요도 크게 늘었다. 연휴 첫날인 30일 김포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제주항공 항공권은 이날 기준 16만2800원(최저가)이다. 전주 주말(4만8800원)과 비교하면 가격이 3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 항공권은 전체 27편 중 12편이 매진됐다.

정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 제주도에는 최대 30만 명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약률이 80%를 넘으면 만석으로 보는데, 올해 추석연휴 예약률은 이미 60~70% 수준”이라며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평균 예약률이 50%대이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조사 결과 전국 51개 골프장이 연휴 기간 내내 문을 열기로 했다. 주요 골프 예약 사이트들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골프장 예약률은 70% 수준이다.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 일부 골프장은 이미 ‘풀부킹’ 상태다. 충청권 27홀 골프장 관계자는 “추석 당일엔 휴장을 계획했지만 계속되는 예약 문의로 1일에도 1부(오전)제를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향 가면 불효자"라더니…제주여행 예약만 30만명

‘반쪽 방역’ 효과 없다
추석 연휴 기간 휴양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방역 의식이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방역 때문에 고향 방문 자제를 권유했는데, 대신 휴양지로 가면 애초에 ‘거리두기 추석’을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고향에 가지 말라고 ‘권고’만 했을 뿐 별도의 방역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정부는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를 ‘추석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했지만 구체적인 방역 지침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방역 수칙을 아무리 세워도 현장에서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정부가 방역 수칙을 안 지키면 공권력을 발휘해서라도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석 연휴를 코로나19 재확산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가정의달 연휴와 지난달 여름휴가 시즌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이동인원은 하루평균 4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추석 연휴(671명)보단 적지만, 평시(295만 명)보다는 55%나 많은 수치다.

양길성/이선우/조희찬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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