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우리 안의 실크로드' 출간
동서양 잇던 '실크로드' 동쪽 끝은 한반도였을까
실크로드는 아시아를 횡단해 중국과 서아시아·지중해 연안을 연결했던 고대 무역로를 말한다.

현재 실크로드의 동쪽 끝은 중국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하지만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은 중국이 아닌 한반도라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우리 안의 실크로드'(창비)에서 "한반도에서 발견된 여러 가지 서역 및 북방계 유물과 관련 기록은 일찍부터 한반도와 이들 지역 간에 문물이 교류되고 인적 내왕이 있었음을 실증해준다"고 밝혔다.

저자는 우선 고대 인디언이 아프리카에서 동진해 라틴아메리카까지 이동할 때 한반도의 중심을 가로질렀다는 것을 밝히고, 남인도 타밀족의 언어가 우리말과 1천여개의 동음 동의어와 어순이 일치하는 것은 두 지역 간의 교류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일본의 미술사학자 요시미즈 츠네오가 로만글라스(로마제 유리제품)와 황금보검 등 신라의 로마 관련 유물을 연구해 저술한 '로마문화의 왕국, 신라' 등을 예로 들며 신라와 로마 간에 문화교류가 활발했다고 주장한다.

정 소장은 또 우리나라가 현존 세계의 고대 금관 유물 10점 중 7점(가야 1점, 신라 6점)을 보유한다는 사실과 중세 아랍에서 과거 신라를 '이상향', '황금의 나라'로 선망했다는 점을 들면서 "기원 전후 황금 생산지인 알타이(시베리아 서남부 알타이산맥 지역)를 중심으로 동서에 길게 형성된 황금문화대 동단(東端)에서 신라가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역설한다.

한편 저자는 실크로드에 대한 기존 학계의 주장은 "중화 중심주의적 시각의 오류"라고 비판하고, 이는 "실크로드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책은 저자가 지난 11년간 국내외에서 개최된 실크로드 관련 학술대회에서 기조 강연 형식으로 발표한 논문 가운데 22편을 골라 엮은 논문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인정받지 못해온 실크로드의 한반도 연장 사실을 복원하면서, 우리의 역사·문화의 뿌리를 내리게 하고, 역사적으로 우리와 세계를 이어주고 소통시켜준 길이란 두 측면에서 '우리에게 실크로드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조명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중국 연변 출신인 정 소장은 연변고급중학교와 베이징대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1955년 중국 국비 연구생으로 이집트 카이로대학 인문학부를 수학했고, 이후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튀니지대학 연구원 및 말레이대학 교수, 단국대 사학과 교수를 지냈다.

512쪽. 3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