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24]

주요·이면도로 할 것 없이 인적 드물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피부에 와닿는 것 없어"
"강남역 전체 시장 규모 감소해 시장 쇠퇴"
임차인을 구하는 강남역 대로변의 한 상가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임차인을 구하는 강남역 대로변의 한 상가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저녁 7시만 넘어도 오가는 발길이 줄고 9시면 가게 문을 닫기 시작했다. 공실인 점포도 심심찮게 눈에 들어왔다. 텅 빈 거리에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만 메아리쳐 울리는 곳.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확 달라진 한국 대표상권 강남역 인근 모습이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하향 조정된 지 4일째인 지난 17일 저녁 서울 강남역 번화가는 활기가 넘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자영업자들은 거리두기 완화에 "일단 다행"이라고 했지만 피부에 와 닿을 정도는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앞선 14일 오전 0시를 기해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기존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주간 운영이 제한됐던 매장들도 숨통이 트였다.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 주문만 가능했던 일반·휴게음식점은 방역수칙 준수 조건 하에 정상 영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루 종일 팔아야 버티는 곳 강남역…아무도 없어"
강남역 인근 곳곳마다 인적이 드물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강남역 인근 곳곳마다 인적이 드물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기자가 강남역 일대를 방문한 이날 오후 8시30분. 대표적 '약속 장소'인 강남역 11번 출구 앞은 인파로 가득 찼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크를 쓴 채 삼삼오오 모여있는 몇몇 무리만 눈에 띌 뿐이었다.

2호선 강남역과 9호선 신논현역을 잇는 강남대로변 역시 오가는 사람들이 적었다. 이면 도로 상황은 어떨까 싶어 골목길로 발길을 돌렸다. 한 일식 주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종업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가 손님 증가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 발표 이후 기대했지만 보다시피 지금 손님이 전혀 없다. 아직까지 사장님이 그만두라고 하진 않지만 매출이 없으니 눈치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9시께 마지막 손님 계산을 마치고 마감 준비를 하던 한 족발집 점주는 하루동안 세 테이블이 전부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이 9시 전 귀가가 습관화돼 2차, 3차를 안 가는 것 같다"며 "지난주보다 나아졌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강남역 지하상가 모습. 저녁 8시임에도 상당히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강남역 지하상가 모습. 저녁 8시임에도 상당히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지하상가도 마찬가지였다. 강남역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한산한 모습이 막차 시간대를 연상시켰다. 인적이 드문 넓은 지하상가를 BTS의 최신곡 '다이너마이트'가 채우고 있었다.

액세서리 매장 직원은 "여기는 하루종일 쉴 틈 없이 매출을 올려야 버티는 곳인데 지금 보라, 아무도 없지 않은가"라며 "저녁 7시만 넘으면 유동인구 자체가 확 준다"고 전했다.

근처 한 화장품 가게 점원도 맞장구를 치며 "강남역은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 손님들이 넘쳐나던 곳이다. 한창 때는 중국어나 일본어를 하는 직원까지 두고 장사했는데 다 내보냈다"고 귀띔했다.
"그나마 심리적 기대감 있지만…지금 너무 힘들다"
많은 손님들로 성황을 이룬 매장도 간혹 있었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많은 손님들로 성황을 이룬 매장도 간혹 있었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이따금 성황을 이룬 매장도 있었다. 하지만 강남과 역삼, 신논현을 아우르는 강남권 상권의 규모를 고려하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실내포차 주차장에서 발렛파킹을 하던 남성은 "직원이 아니라 가게 주인"이라며 "전에는 수시로 발렛 돌릴 정도로 바빴는데 지금은 주차장 만실되는 날이 거의 없다. 인건비 아끼려 아들이나 아들 친구들 용돈 주면서 시키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이후로 상황이 좀 나아졌는지 묻는 질문에는 역정을 내기도 했다.

매장 앞에서 홍보 문구가 쓰인 구조물을 등에 메고 전단지를 나눠주던 한 남성은 "가게 주인들도 심각하지만 100만~200만원씩 벌던 아르바이트생들 자리도 싹 없어졌다. 아무래도 접촉을 꺼려서 그런지 전단지 받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골목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한 여성은 "지난주에 비해 손님이 늘어 음식물 쓰레기가 좀 나오긴 한다"면서 "심리적으로 기대감을 갖게 된 게 그나마 전보다 낫다면 나은 것"이라고 했다.

임차인을 구하는 점포들이 즐비했다. 주요 도로와 이면 도로를 가릴 것 없이 공실 매장들이 넘쳐나 상권의 어려움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 종식돼도 강남역 상권 회복 쉽지 않을 것"
저녁 9시가 되자 강남역 인근 이면 도로는 인적이 끊기다시피 했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저녁 9시가 되자 강남역 인근 이면 도로는 인적이 끊기다시피 했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KB국민은행에서 운영하는 'KB부동산 리브온' 상권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역 인근(메가박스 방향·역삼역 방향·메리츠타워 방향) 음식점 상권동향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 점포 폐쇄가 줄을 이은 지난 6개월간(7월 기준) 145개가 줄었다. 강남역 상권이 "쇠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역 일대 반경 500m 이내 상권의 총 매출액은 지난해 5월 1866억원에서 올 5월 1114억원으로 40.3% 급감했다. 역삼역 인근 상권은 더 심각했다. 역삼역 인근 반경 500m 이내 상권은 점포 총 매출액이 지난해 5월 1248억원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 630억원으로 절반(49.5%)가량 뚝 떨어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분위기나 QR코드 작성, 동선 노출 등 여러 불편함들이 생겨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의 만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그에 비례해 유동인구가 단번에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강남역을 비롯해 오피스가 몰려있는 상권은 이미 근로시간 단축으로 타격을 받았다"며 "업무가 빨리 끝나 저녁이 길어졌는데 굳이 도심에 계속 머물러 있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대형 상권 부활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는 "강남역 상권의 또 다른 특징은 글로벌 상권이라는 점"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 국내 유동인구가 다소 늘어나도 외국인 수요가 막힌 상황에서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역 인근 임차인을 구하는 빈 점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강남역 인근 임차인을 구하는 빈 점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진=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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