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윤리 실종·공감 결핍…우버 발목 잡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플랫폼인 우버는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교통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자율주행 테스트를 하다 빨간 신호등을 그냥 지나쳤다. 일반인이 이 장면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퍼뜨렸다. 우버는 “차량이 자율주행 중이 아니었다”며 “운전자의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호등을 놓친 것은 인간이 아니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임이 밝혀졌다. 우버는 불법적인 테스트를 했고, 언론에 거짓말을 했다. 이 사건은 우버가 내리막길을 타게 된 숱한 사건 중 하나였다.

마이크 아이작 뉴욕타임스 IT(정보기술) 전문기자가 쓴 《슈퍼펌프드》는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회사를 창업한 때부터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기까지 과정, 이어진 각종 추문과 스캔들로 최고경영자(CEO)직을 사임하기까지 스토리를 담았다. 우버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기업 문화의 민낯과 스타트업이 처한 극한 경쟁 실태도 고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버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기만적인 민낯을 드러내며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다. 우버의 핵심 역량인 ‘슈퍼펌프드(Super Pumped)’가 오히려 앙화로 돌아온 탓이다. 최고의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한 상태를 뜻하는 슈퍼펌프드는 성과제일주의를 독려하며 우버의 전 직원이 강한 의지로 매진토록 하는 조직 문화를 일궜다. 그러나 성과만 중시한 나머지 공감능력 결핍, 성차별 문화, 윤리 실종의 왜곡된 문화로 이어졌다. 인도에서의 성폭행, 멕시코에서의 마약 운송, 중국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등 사건과 사고가 계속 터졌다. 저자는 “캘러닉과 우버는 잇단 스캔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위대한 성공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타협과 봉합으로 일관했다”며 “캘러닉이 오만한 테크브로(tech-bro)의 전형으로 낙인찍힌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