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진 =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영국 우주국의 과학자가 인류의 궁극적 기원인 지구 자체의 역사를 들려준다.

판의 활동과 기후 변화, 대기 순환과 해류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끊임없는 변화는 인류의 역사에 근원적 영향을 미쳤다.

하나였던 대륙을 조각낸 지질학적 힘들은 동아프리카에서 인류의 진화를 촉진하는 동력이 됐고 지구의 자연환경을 만들어낸 우주의 주기는 인류가 지닌 다재다능함의 배경이 됐다.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기 훨씬 이전부터 줄곧 지구의 자원을 소비하며 생존해왔다.

현대에 이르러 인류는 도시와 도로와 댐 건설, 그리고 산업 활동과 채굴 등을 통해 크고 지속적인 효과를 지구에 미치면서 자연경관을 바꾸고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종으로서 우리 인류는 지구와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돼 있다.

우리의 활동이 자연계에 분명한 흔적을 남긴 것과 마찬가지로 지구의 역사도 우리에게 새겨져 있다.

저자는 지구과학, 지질학, 해양학, 고생물학, 고고학, 역사학 등을 넘나들며 '빅 히스토리'를 펼쳐 보인다.

그리스의 독특한 산악 지형이 민주주의의 탄생에 미친 영향, 오늘날 미국인의 투표 패턴이 먼 옛날의 해저 지형을 따라 나타나는 이유, 히말라야산맥과 지구 궤도의 관계, 빙하기 종식이 영국 제도의 생성에 미친 영향 등 기존 역사학에서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담았다.

흐름출판. 392쪽. 2만원.
[신간] 오리진·패튼·헨리 데이비드 소로
▲ 패튼 = 앨런 액슬로드 지음, 박희성 옮김.
전설적인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조지 패튼(1885~1945)의 일대기다.

패튼은 난폭한 행동과 욕설이 섞인 연설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병사들에게는 '패튼의 부하'라는 자부심의 원천이었으며 독일군이 가장 두려워한 기동전 지휘관으로서 현대전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그는 미국의 3대째 군인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영웅담과 전쟁사, 군대, 군인 이야기는 일상이었으며 군인이 되는 것은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기병들에게 사브르 검술과 이론을 가르칠 정도로 검술에 능했지만, 정작 미래의 전장에서는 전차가 가장 막강한 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판단해 그 이전의 무기를 버리고 기계화 전투를 개척해간다.

패튼은 전차 전술뿐만 아니라 전차 역학, 장갑판, 내구성, 연료 요구, 속도, 그리고 다양한 지형에서의 역량 등을 완전히 이해했다.

패튼은 강력한 부대를 만들기 위해 전력 증강자로서, 동기 부여자로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훈련을 강행하며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나약하고 게으른 병사들에게는 난폭한 지휘관으로 악명을 떨쳤지만, 병사 앞에서 한 말과 행동이 실수라고 생각되면 주저 없이 사과할 만큼 자신에게도 엄격했다.

단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은 채 교통사고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패튼은 정치인과 동료 군인, 언론의 필요에 따라 때로는 영웅으로, 때로는 난폭하고 으스대는 군인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타고난 군인'으로 불렸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비겁함을 감추기 위해 짐짓 무모한 용맹을 드러내 보이려 했고 평생 우울증과 히스테리를 겪었다.

군사 저술가인 저자는 이 같은 패튼의 인간적인 면모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그에 대한 양극단의 평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한다.

플래닛미디어. 312쪽. 1만9천800원.
[신간] 오리진·패튼·헨리 데이비드 소로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로라 대소 월스 지음, 김한영 옮김.
'월든'을 쓴 위대한 작가 소로(1817~1862)의 생애와 그 시대 전반을 다룬 종합적인 평전이다.

미국 노터데임대학 영어과 교수인 저자는 광범위한 새 연구와 소로가 남긴 방대한 텍스트를 통해 그의 생애와 모순, 시대와 장소를 넘어선 현재성을 추적해 지금 여기 '살아 있는 존재'로서 소로를 보여준다.

고향인 콩코드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숲에서 '뜻을 품고' 살고자 한 소로의 시도는 1854년 '월든'이 세상에 나온 후로 독립적인 사람들과 삶의 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시금석이 돼 왔다.

그러나 45년의 생애 가운데 소로가 월든에 머문 기간은 공식적으로 2년 2개월 2일에 불과하다.

저자는 '월든'만으로 소로의 인생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 "소로는 어느 책 하나에 온전히 담길 수 없을 정도로 공상적이고 장난기 넘치고 다재다능하고 다면적인 사람이었다"고 지적한다.

소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무엇보다 소로를 단순한 자연주의자로 묘사하지 않고 환경주의자, 자연과학자, 박물학자, 반인종차별주의자, 반제국주의자, 반자본주의자, 사회개혁가의 면모와 다양한 성취를 소개한다.

또한 작가로서 소로에 관해서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소로는 '말'이 실제로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고 자연과 인간의 마음을 심오하고 아름다운 시처럼 묘사했으며 자신의 삶 자체로 확장된 형태의 저술, 즉 살아 숨 쉬는 열린 책을 완성해내고자 했다.

따라서 소로의 저작은 각각이 자신만의 구체적이고 단독적인 이야기를 품은 동시에 그 전체가 하나의 완성된 사유로서 함께 움직인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월든'뿐만 아니라 소로 자신이 '지식의 창세기'라고 부른 '콩코드강과 메리맥강에서 보낸 일주일'이나 세기말적 자연주의 작품이자 '월든'의 어두운 쌍둥이로 불리는 '케이프 코드', 아주 작은 씨앗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생생히 묘사한 '야생 열매', '씨앗의 확산'과 같은 작품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돌베개. 808쪽. 4만8천원.
[신간] 오리진·패튼·헨리 데이비드 소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