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이 안무한 창작발레 ‘요동치다’.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이 안무한 창작발레 ‘요동치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희미한 빛이 발레리나 7명을 비춘다. 장구 소리에 맞춰 정적이면서도 격렬한 군무를 펼친다. 빨라지는 장구 박자와 서서히 꺼지는 조명. 발레리나들은 한 명씩 주저앉아 팔을 하늘로 부드럽게 뻗는 ‘앙 오(en haut)’ 동작과 함께 무대 바닥으로 쓰러진다.

브누아 드 라 당스가 고른 '요동치다'…"한국 고유의 강렬한 춤사위 넣었죠"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이자 안무가인 강효형(사진)의 2015년 안무 데뷔작 ‘요동치다’의 한 장면이다. 한국 전통 타악기의 반주로 펼쳐지는 강렬한 춤사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2017년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된 이 작품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브누아 드 라 당스가 최근 시작한 유튜브 프로젝트의 방영작으로 선정돼서다. 15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만난 강효형은 “한국 춤만의 호흡을 적용해 안무를 짠 작품”이라며 “첫 안무작이다 보니 새로운 형식을 창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제정한 세계적 권위의 발레상 브누아 드 라 당스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상자 선정과 시상식을 취소했다. 대신 유튜브를 통해 세계 안무가들의 우수작 공연 실황을 중계하고 있다. ‘요동치다’는 오는 19일 오전 1시(한국시간) 상영된다. 첫 공개 후 48시간 동안 무료로 볼 수 있다.

‘요동치다’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발레 동작이 생략됐다. 강효형은 그 여백을 전통춤으로 채웠다. 춤사위가 땅을 향하게끔 안무를 짰다. “비슷하게 보이는 동작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죠. 한국 무용을 하듯 턱을 내리고 들숨과 날숨으로 박자를 맞췄습니다.”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1999년 작곡한 ‘다드리2’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약 10분 동안 멜로디 없이 전통 장단만 활용해 휘몰아치는 곡이다. “이 곡을 해석하면서 춤과 관련한 발상이 떠올랐죠. 조명부터 안무, 의상까지요. 한국 고유의 박자가 주는 에너지를 전하려고 격렬한 춤사위를 짰어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