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초를 위한 42년

▲ 슈퍼 펌프드 = 마이크 아이작 지음, 박세연 옮김.
뉴욕타임스 IT 전문기자가 공유경제라는 혁명적 이념을 제시하며 전 세계 운송 산업의 판도를 바꾼 우버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2008년 창업해 기업가치 130조원, 70개국 진출, 고객 1억명, 세계 2위 스타트업 등 겹겹의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승승장구하던 우버가 위기를 맞고 2017년 6월 '천재 CEO'로 불리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이 축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2015년 매출 100억 달러 돌파를 축하하는 라스베이거스 행사장에서 캘러닉은 우버를 이끌어나갈 14가지 핵심 원칙을 천명한다.

그 가운데 캘러닉이 가장 강조한 핵심 역량은 최고의 열정과 에너지로 가득한 상태를 뜻하는 우버의 용어 '슈퍼 펌프드'였다.

'슈퍼 펌프드'는 우버가 인재를 채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질이자 모두가 강한 의지를 갖추고 나아가게 만드는 조직 문화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 같은 풍토는 도를 넘어선 행동, 노골적인 호전성, 무절제와 편법, 공감력의 결핍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한 기업 윤리의 실종과 성과 중심의 왜곡된 문화는 절정의 순간에 기업의 존망을 위협하는 치명적 위기로 되돌아왔다.

2017년 SNS에서 확산한 우버 퇴출 운동과 직장 내 성차별·성희롱 폭로 사태, 구글과의 재산권 분쟁, 당국의 불법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불법 프로그램에 관한 뉴욕타임스의 폭로 보도 등 악재가 잇따랐고 우버는 기업 이미지 추락과 함께 휘청거렸다.

결국 미국 기업 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1년은 창업자이자 CEO인 캘러닉이 축출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각종 비공개 문서와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과의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우버의 연대기를 써간 저자는 캘러닉과 우버가 잇단 스캔들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이런 문제를 위대한 성공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문제로 차치하며 타협과 봉합으로 일관했다면서 "그가 오만한 테크브로(Tech-bro)의 전형,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낙인찍히며 언론의 집중포화에 휩싸이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인플루엔셜. 568쪽. 2만2천원.
[신간] 슈퍼 펌프드·트랜스퍼시픽 실험
▲ 트랜스퍼시픽 실험 = 매트 시한 지음, 박영준 옮김.
'트랜스퍼시픽 실험'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중국 사이에 형성되는 학생, 기업가, 투자자, 이민자, 그리고 갖가지 아이디어의 역동적인 생태계를 의미한다.

중국 학생이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중국 투자자를 찾고, 캘리포니아의 도시 시장이 중국으로부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중국의 성장(省長)이 캘리포니아의 탄소시장을 연구하는 일 등이 모두 이 실험의 생생한 모습이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중국 전문가인 저자는 6년간 태평양을 오가며 트랜스퍼시픽 실험의 현장을 취재했고 교육, 기술, 영화, 녹색투자, 부동산, 미국의 정치 등 갖가지 영역에 걸쳐 실험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학생, 영화제작자, 시장, 기업가, 공동체 운동가 등을 만났다.

양국 간의 상호작용으로 수많은 기회, 즉 투자, 일자리, 대학 재정 충족, 문화적 결합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그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접촉이 늘어날수록 서로의 차이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고, 국가 간의 지정학적 문제가 개인적 사안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 나라의 지정학적 역할과 국제적 위상 변화는 양국 국민 사이에서 이뤄지는 트랜스퍼시픽 실험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준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자신들의 동네에 새로 이주한 부유한 중국인들을 불안감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중국인들은 미국과 미국 기업을 존경의 대상으로 보면서도 미국이 돌이킬 수 없이 몰락하는 늙은 국가이며, 오직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을 끌어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결국 미·중 관계는 지정학적 차원에서 미국인의 일상적 삶의 영역으로 파고들어 왔다.

이제 양국 관계가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곳은 백악관이 아니라 일반인의 가정집이며,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아니라 학부모 모임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나라가 어떻게 만나고, 협력하고, 경쟁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워싱턴이나 베이징에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소소의책. 412쪽. 2만원.
[신간] 슈퍼 펌프드·트랜스퍼시픽 실험
▲ 208초를 위한 42년 = 체슬리 설렌버거·제프리 재슬로 지음, 신혜연 옮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실제 인물 체슬리 설렌버거가 베스트셀러 작가와 함께 기적과도 같았던 208초의 순간과 그것을 가능케 했던 42년의 조종 인생을 정리한다.

'설리'라는 호출명이자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설렌버거 기장은 2009년 1월 15일 에어버스 A350 여객기를 운항하다 비행기가 새 떼와 충돌하는 바람에 두 개의 엔진 모두가 추진력을 잃는 위기를 겪는다.

설리 기장은 그러나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그 짧은 순간에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은 끝에 허드슨강에 비행기를 불시착 시켜 탑승자 155명 전원의 목숨을 살려낼 수 있었다.

엔진 고장에서부터 불시착까지 걸린 시간은 208초에 불과했지만, 거기에는 텍사스의 간이 활주로에서 프로펠러기를 타고 첫 단독비행을 경험한 순간부터 전투기 조종사로서, 또 수많은 승객을 책임져야 하는 여객기의 기장이 되기까지 비행기 조종에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사명으로 임해온 그의 삶이 농축돼 있었다.

설리 기장은 '영웅'이라는 칭호에 뿌듯해하는 대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던 208초간의 비행에서 자신이 내렸던 순간적인 선택들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하나씩 하나씩 되짚어본다.

그는 "지난 42년간 수천 번의 비행을 했지만, 세상이 나를 판단하는 것은 그날 그 단 한 번, 208초간의 비행이다.

그러니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든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삶의 어느 순간이 판단 기준이 될지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인간희극. 392쪽. 1만4천800원.
[신간] 슈퍼 펌프드·트랜스퍼시픽 실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