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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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권력자의 비위 의혹을 폭로했다가 신분노출·고발 등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고발자 보호’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권이 최근 자신들을 겨냥한 폭로가 잇따르자, 내부고발자들을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秋 아들 의혹’ 제보자 십자포화

14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휴가 특혜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 A씨의 실명을 개인 SNS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A씨가)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적었다. 황 의원은 하루 만에 사과 글을 올렸지만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의 신상이 털리고, A씨가 ‘단체생활에 적응을 못한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회원이다’ 등의 얘기가 돌고 있다.

폭로를 당한 쪽에서 명예훼손이나 비밀누설 등 혐의로 내부고발자를 고소·고발하는 경우도 많다. 추 장관 아들 측은 지난 9일 ‘자대배치 청탁 의혹’을 폭로한 이철원 대령(예비역)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한국군지원단장이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현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압박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도 지난해 기재부로부터 고발을 당한 적이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기재부는 당시 97일 만에 고발을 취소했다. 최근엔 한 경찰관의 ‘강압수사 의혹’ 영상을 언론에 제보한 최정규 변호사가 기소 의견(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돼 경찰의 ‘보복 수사’ 논란이 일있다.

내부고발자 보호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100대 공약 중 하나였다. 21대 국회에서 내부고발자의 보호 범위를 넓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됐는데, 모두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정부·여당이 자신들의 진영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자 이중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익·부패신고자 보호 요청 급증

내부고발을 이유로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정부에 신분보장 등 보호를 요청하는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공익·부패신고자 보호요청 건수는 총 270건이었다. 2018년(113건)보다 두배 이상 늘었고, 2016년(24건)과 비교하면 11배 증가했다. 공직자의 불법 행위를 신고한 경우 ‘부패신고’로, 민간의 비위를 신고한 경우 ‘공익신고’로 분류된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익·부패신고 대상으로 간주하는 범위가 점차 넓어졌기 때문에”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만 해도 180개 법률 위반 사항에 대한 제보만 보호를 해줬다. 하지만 2015년 279개, 2018년 284개로 점차 공익침해행위 대상 법률이 늘어났으며 오는 11월20일부터는 467개로 급증한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권익위나 수사·감독기관 등에 공익·부패신고를 하면 파면·해임 등 불이익조치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 제보할 경우 공익신고자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법이나 제도상으론 불이익을 받진 않더라도 터무니 없는 목표나 기한을 줘 달성하도록 하거나, 험담과 거짓 소문 등을 퍼뜨려 제보자를 괴롭히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 다수가 조직 내 낙인이 찍혀 고통받는 것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