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가 2019년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트럭 '니콜라원(Nikola One)'  [사진=니콜라모터스]
니콜라가 2019년 공개한 수소연료전지 트럭 '니콜라원(Nikola One)' [사진=니콜라모터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의 한 금융분석업체가 내놓은 보고서 때문에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는 미국 전기 수소차 업체 니콜라(Nikola)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보고서에는 "니콜라의 사업 계획은 모두 거짓"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국내 기업도 니콜라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니콜라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니콜라 주가는 11.33% 폭락했다. 최근 니콜라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GM도 5.57% 하락 마감했다. '힌덴버그 리서치'가 내놓은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이 업체는 보고서에서 "니콜라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 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회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밀턴 CEO가 적잖은 거짓말로 대형 자동차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왔다는 걸 보여줄 충분한 증거가 모였다. 상장 기업에서 이 정도 수준의 속임수를 본 적은 없다"고 맹비난했다.

니콜라 측은 공매도 업자의 시세 조종 움직임이라고 맞받아쳤다. 밀턴 CEO는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보고서는) 일방적인 거짓 주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니콜라에 혹평을 한 '힌덴버그 리서치'의 금융 분석 보고서 [사진=힌덴버그 리서치 화면 캡처]
니콜라에 혹평을 한 '힌덴버그 리서치'의 금융 분석 보고서 [사진=힌덴버그 리서치 화면 캡처]

니콜라와 테슬라, 무슨 관계?

'제2의 테슬라'라는 기대감부터 '실체 없는 회사', '사기 업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 니콜라의 회사명은 미국의 천재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1856~1943)에서 따왔다.

니콜라 테슬라는 1856년 크로아티아에서 세르비아인으로 태어나 26살에 에디슨 컴퍼니 프랑스 파리 지사에서 일했다. 이후 본사 추천을 받아 미국으로 건너간 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을 만나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에디슨이 만든 발명품의 문제점을 보완하면 5만 달러를 준다는 약속이었다.

니콜라 테슬라는 고생 끝에 개선품을 만들었지만 에디슨은 농담이었다며 니콜라 테슬라의 요구를 묵살했다. 이에 분노한 니콜라 테슬라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했다. 두 사람이 전기에 있어 끝까지 상반된 입장을 갖게 된 배경이다. 미국 국토에 깔릴 송전 시설에 대해 에디슨은 직류(DC)를,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AC)를 고집했다.

에디슨이 개발한 직류 방식은 처음엔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전압이 낮아 송전 중 손실이 컸다. 때문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거리는 몇 km에 불과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이가 니콜라 테슬라다. 교류 방식은 변압기를 통해 전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어 원거리 송전이 가능했다.

니콜라 테슬라는 당대 최고의 전기 과학자 에디슨과 견주면서, 주류였던 그의 방식에 또 다른 대안이 있음을 알려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앞서 창업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반란과 혁신, 미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니콜라 테슬라의 정체성은 전기차 업체들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어필했다.
니콜라 테슬라 [사진=유튜브 채널 'The True Story of Nikola Tesla' 캡처]
니콜라 테슬라 [사진=유튜브 채널 'The True Story of Nikola Tesla' 캡처]

차 한 대 안 팔고 현대차 시가 총액 넘어선 적도

같은 인물의 이름에서 회사명을 가져온 테슬라와 니콜라는 창업 당시부터 자연스레 비교 대상이 됐다. 하지만 유독 니콜라가 호평과 혹평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이유는 제품의 '실체'가 없어서다.

니콜라는 올해 6월4일 미국 나스닥 상장 이후 줄곧 논란에 시달렸다. 일각에서는 "니콜라를 '제2의 테슬라'가 아닌 '제2의 테라노스(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의 사기극)'라고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니콜라는 차 한 대 팔지 않고도 한때 현대차의 시가 총액을 넘어서며 주가가 폭등한 적도 있다.

지난 6월 미국 주요 언론 블룸버그는 "니콜라가 2016년 12월 공개한 수소 연료전지 트럭 '니콜라원'에는 기어와 모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수소 연료전지가 없었다"며 "니콜라의 제품 생산 능력에 의문 투성"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니콜라는 수소 트럭 제조뿐만 아니라 수소 충전소 인프라 확보, 연료용 수소 생산 및 공급까지 사업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같이 방대한 과제를 갓 시작한 스타트업이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 부호가 늘 따라다녔다.

밀턴 CEO는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7월23일 미국 애리조나주 쿨리지에서 열린 공장 착공식에서 "'니콜라는 사기를 치고 있다' '회사 자체가 가짜다' '실제 생산 공장을 짓는 일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등 소셜미디어에서 매일 이런 부정적인 반응과 마주할 때마다 오히려 더 강한 동기를 부여받고 미친 듯이 일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빠른 시점인 오늘 이렇게 생산 공장의 첫 삽을 뜨게 됐다"며 "가차 없는 비난과 의심이 오히려 조력자가 됐다"고 힘줘 말했다.


니콜라는 이탈리아 상용차 제조업체 이베코(IVECO)와 독일 부품사 보쉬(Bosch), 한화그룹 등과 협업해 과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숱한 논란에도 니콜라가 제시한 사업 청사진은 분명 매력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기후변화로 각국이 연이어 내연기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머지않아 모든 차들이 전기차가 될 거란 예측은 이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자동차 업계는 화물 트럭의 경우 전기차가 아닌 니콜라 테슬라 같은 수소연료 전지차가 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GM은 니콜라를 향한 상반된 평가들 가운데 '제2의 테슬라' 쪽에 베팅했다. GM은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협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신뢰감을 보였다. 국내에선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이 2018년 11월 총 1억달러를 이 업체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