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이진주 개인전 '死角'
누구도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없다.

다른 각도에서 봐야 보이는 모습도 있고, 아무리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대상도 있다.

같은 것도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저마다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기억한다.

자신이 본 것이 틀림없다고 믿지만 불완전하다.

서울 종로구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9일 개막한 이진주 개인전 '사각 死角(The Unperceived)'은 이처럼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사각'을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전시장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거대한 'A'자 형태로 작품이 설치됐다.

일반적으로 회화 작품은 갤러리 벽면에 전시되지만, 이진주는 각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없도록 중앙에 구조물을 세웠다.

동양화법으로 그린 14m 대형 설치 회화로, 사실적인 풍경 묘사가 아니라 작가의 감정과 의식을 바탕으로 사건과 상황을 그렸다.

각 면 작품 분위기도 전혀 다르다.

한 면은 흰 벽과 아이들, 식물과 조명, 부처와 십자가 등 삶과 생명에 관련된 장면들이 이어진다.

반대 면은 늪에 빠진 듯 흙탕물처럼 진한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 끈에 위태롭게 매달려 나부끼는 흰 천 등으로 혼란스럽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혼돈과 불확실성을 은유하는듯하다.

A자의 짧은 변 바깥쪽에서는 아이를 목말 태운 여성이 앉은 자세로 명상하는 듯한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각 면의 작품을 완전한 형태로 동시에 보기는 불가능하다.

A의 꼭짓점에서 양면을 볼 수 있지만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심지어 A자가 그리는 삼각형 내부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같은 높이에서는 작품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모르고 지나치는 관람객도 있을법하다.

이 또한 전시 주제인 '사각'과 연결된다.

작가는 "우리가 같은 공간에 있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모두 다르다"라며 "하나하나 요소들이 현실적이라고 해도 비현실적이고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람객들이 각 작품에 숨은 여러 오브제를 각자의 경험과 상상 속에서 발견하고, 주체적인 시각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꺼내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낯설고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이진주는 홍익대 동양화과,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19년 광주화루 우수상, 2014년 송은미술대상전 우수상 등을 받았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이진주 개인전 '死角'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