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불안함 속 존중과 배려 담은 로맨스 '버드캐칭'

몇 년간 우리 소설 문학은 연애 감정이나 관계에 온전히 집중하는 작품을 찾기 어려운 경향을 보여왔다.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부각하는 소설이나 죽음을 주제로 한 미스터리, 또는 빈부 격차와 성적 불평등을 다루는 소설들이 순문학 주류를 형성하면서 문학 원류 중 하나인 로맨스를 향한 그리움이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가 최근 감지된다.

제8회 수림문학상 심사위원단도 이런 부분에 주목했다.

이들은 10일 김범정(29)의 '버드캐칭'을 당선작으로 발표하면서 "요즘 보기 드문 순정한 로맨스 플롯의 소설"이라고 평했다.

아직 20대인 신인 작가는 이 소설에서 사랑과 이별이 반복되는 젊은 날의 불안하고도 순수한 감정을 서정적 톤으로 그려냈고, 심사위원단은 이런 '순정의 세계'에 매료됐다고 털어놨다.

[수림문학상] 상처받고 부서져도 다시 관계 속으로

소설의 주인공 '도형'은 여러모로 작가와 흡사하다.

나이 서른을 앞둔 사회 초년생으로, 한 중공업 기업에서 정직원 임용 심사를 받는 중인 임시직 사원이다.

도형은 또 알게 된 지 9년 된 연인 '세현'과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3년 동안 간호사로 일했던 대학병원을 그만둔 세현은 무력감과 불안감에 힘들어하며 결혼엔 관심이 없다.

결국 세현은 어느 날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도형의 곁을 떠난다.

도형은 큰 상실감으로 패닉에 빠진다.

짧은 휴가를 얻은 도형은 어렸을 적 미국 유학 시절 자신을 돌봐줬던 막내 이모를 보러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귀국과 동시에 갑자기 오랫동안 보지 못한 준영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시작한다.

사실 도형이 세현을 만나게 된 건 고등학교 동창 준영 덕분이었다.

셋이 함께 재수 학원에 다닐 때 한 프로야구팀 경기를 함께 보러 다니면서 친해졌고, 1년 뒤에 도형과 세현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연인이 되면서 묘한 긴장감 속에 도형과 준영의 친구 관계는 멀어졌다.

도형은 준형이 레지던트 의사로 일하는 병원을 찾아내지만 준형을 만나지는 못한다.

묘하게도 세현이 없어진 날 준형도 사라졌다는 전언을 준형의 연인이자 동료인 의사 '한지혜'로부터 들었다.

도형은 한지혜의 제안에 끌려 준형과 세현을 찾아 무작정 제주도로 떠난다.

이들은 연인들을 다시 찾고 흐트러진 일상을 복구할 수 있을까? 두 남녀의 행방이 묘연해진 배경에 숨은 비밀은 뭘까?
추리 기법과 로드 무비의 서사를 차용한 진행이 이야기의 흥미를 더하는 가운데 동성애 코드와 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갈등 해결 과정에서 실마리가 되는 점도 신선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두 종류의 삼각관계와 '무부 석사'로 불리는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 유학생의 존재는 이런 설정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관계의 갑작스러운 종료가 때로는 이별을 애도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으로 우리를 내몬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별의 끝에 남겨진 사람들이 결국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살아내야만 한다는 비애감을 소설은 드러낸다.

김범정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관계라는 건 애도할 틈도 없이 끝나는 경우가 있더라"면서 "그런 관계의 불확실성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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