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 유전의 정치학, 우생학 = 김호연 지음.
우생학의 형성, 이론적 근거, 다양한 실천 그리고 사회적 영향을 영국, 미국, 독일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과학사로 우생학을 연구해온 저자는 이를 통해 '유전자 정치' 또는 '생명 정치'의 역사가 서구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에 따르면 19세기 후반 등장한 다윈의 진화론을 토대로 인간의 불량한 형질을 제거하고 인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택적인 생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우생학의 터를 닦은 것은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튼이었다.

이후 우생학자들이 설파한 생존경쟁과 최적자생존의 논리는 인간 개선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사회적 부적격자들을 제거하고 정치적·사회적·인종적 차별을 정당화했다.

우생학은 승자의 논리를 대변하며 애초부터 정해져 있는 결론을 생물학이라는 과학의 권위에 기대어 정당화했다.

이런 논리로 미국은 국적별 이민 할당을 통해 비 앵글로색슨을 차별했고 1930년대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는 거세법을 시행했다.

나치독일은 20세기의 가장 잔혹한 역사로 기록된 대량 학살과 사회부적격자 및 정신박약자 40만 명에 대한 거세 등 만행을 저질렀다.

같은 시기 일본 관동군 731부대의 잔인한 인간 생체실험 만행도 있었다.

저자는 유전학의 세기를 맞아 우리 역시 위험한 비탈길을 따라 과거 우생학의 악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단비. 400쪽. 2만원.
[신간] 유전의 정치학, 우생학·완월동 여자들
▲ 완월동 여자들 = 정경숙 지음.
부산의 대규모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에서 동료들과 함께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을 설립해 운영해온 저자가 그곳 성매매 여성들의 인생과 이들을 돕기 위해 땀과 눈물을 흘린 활동가들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저자를 포함한 활동가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했던 그곳으로 들어가 '언니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고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굳게 닫혀 있던 그들의 마음도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업소를 벗어나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자활을 선택하는 언니들도 생겨났다.

활동가들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구출 작전을 벌이기도 하고 업주를 잡기 위해 '위장 취업'도 불사하며 때로는 언니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실습 대상이 된다.

이런 노력 끝에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최초의 '공창'이자 최대 규모의 성매매 집결지였던 완월동은 폐쇄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성매매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는 조례가 부산시 의회를 통과했다.

산지니. 256쪽. 1만6천원.
[신간] 유전의 정치학, 우생학·완월동 여자들
▲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 신박진영 지음.
성매매 근절을 위한 연구와 현장 지원 활동을 펼쳐온 저자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알고 말하고 바꿔 나가야 할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제목이 말하는 것과 같이 성매매는 한국 사회에 실재하는 거대한 상식의 블랙홀이며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고 주장한다.

흔히 듣는 성매매 단속 반대 논리들은 한 꺼풀만 벗겨도 말이 되지 않지만, 끝없이 반복된다.

'성매매를 막아서 성범죄가 급증한다',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면 오히려 단속이 어렵다', '성매매를 막으면 풀 길 없는 남성들의 성욕은 어찌하는가', '막아도 어차피 다들 한다'와 같은 언설이다.

'여자들도 쉽게 돈 벌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남성 구매자의 관점도 자주 제기된다.

저자는 이를 '허구'라는 단 한마디로 논박하면서 "질문해야 할 것은 취약한 계층의 여성이 절박한 상황에서 성매매로 유입되고 그 취약함을 손쉽게 이용하는 이들이 존재하며 그렇게 성매매로 유입된 여성들이 이후 겪게 되는 '일'이 과연 상식의 영역에 있느냐는 것"이라고 외친다.

봄알람. 254쪽. 1만5천원.
[신간] 유전의 정치학, 우생학·완월동 여자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