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WW 2020콘퍼런스에서 "'설국열차' 시리즈 오래 이어질 것"
드라마 '설국열차' 제작자 "봉준호 비전 가져와 확장했을뿐"
"(봉준호) 감독이 천재적인 영화를 만들어서 아카데미상 5개를 받았어요.

외국 영화로는 사상 최초 일이라 갑자기 우리까지 더 주목받았죠. (중략)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비전을 가져와서 그저 더 확장했습니다.

"
국내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유통된 드라마 '설국열차'의 제작자 마티 아델스테인이 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아시아 최대 방송영상마켓 'BCWW 2020'에서 '설국열차' 제작기를 들려줬다.

'뉴노멀 시대, 아시아 방송콘텐츠 르네상스의 도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세션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아델스테인은 '설국열차' 영화를 보고 나서 곧장 드라마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영화가 너무나 강렬했고 가져올 수 있는 게 넘쳐난다고 생각했다"던 그는 '설국열차'를 드라마화하기 위해 2년간 와인스타인컴퍼니, CJ E&M 등과 긴 협상을 거쳐 판권을 획득했다.

아델스테인은 이를 "결국 인내가 승리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드라마 '설국열차'를 위해 특별히 공들인 건 배경이 되는 기차였다.

아델스테인은 공간이 숨 막혀 보이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을 많이 썼고, "촬영이 끝나면 호텔로 써도 좋을" 기차 34량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개발 초기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해주길 바랐지만, 그는 매우 바빠졌다"며 "(그래도) 봉 감독이 많이 도와줬다.

캐나다 밴쿠버 세트장에도 두어번 왔다.

(봉 감독은) 우리만의 비전을 펼치라고 했지만 필요할 땐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설국열차' 제작자 "봉준호 비전 가져와 확장했을뿐"
드라마의 성공 요인에 대해선 "원작 영화도 팬이 상당했기 때문에 낯선 작품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현재와 연관 있는 주제, 기후 변화를 다루기도 하고 누구나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가 중심에 있다.

또 일단 재밌다"고 말했다.

시리즈의 미래에 대해선 "아주 오래 이어질 수 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며 "(원작) 그래픽 노블엔 프리퀄, 시퀄도 있으니 '설국열차' 프랜차이즈는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다.

캐릭터도 모두 매력적이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5년간 할리우드에서 영화·TV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현재 투모로우스튜디오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아델스테인은 아시아 지적재산(IP)을 드라마화하는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과 만화 '원피스'를 실사 드라마화해 넷플릭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드라마 '카우보이 비밥'엔 원작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자문으로 참여하고 주인공엔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가 캐스팅됐다.

'설국열차' 시즌2 촬영도 막바지에 있다.

한국계 작가 프란시스 차가 성형, 룸살롱, K팝 팬덤 등을 소재로 한국 사회를 파고든 소설 '이프 아이 해드 유어 페이스'(If I Had Your Face)의 TV 시리즈 버전은 한국과 미국에서 촬영되며 두 나라의 언어로 제작돼 애플 OTT로 서비스될 계획이다.

아델스테인은 "뭐든지 오래갈 수 있는 캐릭터가 있어야 하고 긴 이야기를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IP를 찾아) 세계 곳곳을 물색 중인데 지금까진 아시아가 특히 결과가 좋았다"면서 "아시아 작품 대다수가 꼭 전통적인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과 관련된 주제를 잘 다룬다.

캐릭터가 서로 관계를 맺고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드라마 '설국열차' 제작자 "봉준호 비전 가져와 확장했을뿐"
한편 이날 또 다른 특별세션 '포맷 거장들의 수다 : 북유럽부터 IP까지'에선 얀 샐링 BBC스튜디오 북유럽 제작총괄과 개리 카터 전 엔데몰-샤인 그룹 공동대표가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에 대한 북유럽 공영방송사들의 공동대응 전략, 세계 방송 포맷 시장 경향과 저작권 보호 이슈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팬데믹의 시대에 '복면가왕'처럼 유쾌하고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앞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얀 샐링은 "불쾌함에 기반하는 프로그램은 세계 포맷 시장에 활발히 나오진 않을 거다.

'마스크드 싱어'('복면가왕' 미국판)처럼 기분 좋은 요소를 담은 포맷이 우세하겠다"며 "건강이 위험하고 삶이 위협받을 때 좋은 느낌을 중시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