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은 평론집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

지난해 2월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이상주의자들의 기대와 달리 '노딜'로 끝났다.

애초 미국의 '선(先) 비핵화' 원칙이 협상 대상 자체가 아니었던 만큼 처음부터 성과를 낼 수 없는 만남이었다는 건 당시 국제정치학계의 정설이었다.

평양과 하노이 사이를 엿새 동안 빈손으로 왕복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실망감과 무력감에 빠졌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랐다.

김 위원장은 2차 회담 이후 '자력갱생'을 더 강조하기 시작한다.

흥미롭게도 이런 북한의 내부 분위기는 동시대 북한 문학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북한 소설 평론집 '친애하는, 인민들의 문학 생활'(서해문집)은 설명한다.

문학평론가인 오창은 중앙대 교수가 쓴 이 책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현재까지 서방의 제재와 고립 속에서 김씨 세습 독재 정권의 '자력갱생' 담론이 어떻게 문학적으로 표현되고 형상화되는지를 살펴본다.

예컨대 렴예성의 '사랑하노라'(2018)는 외국산 제품을 이길 '우리식 파마약'을 개발하려는 기술 역군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과학기술 최강국이 되고 싶은 염원을 표현한다.

김옥순의 '동창생'(2018)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민중의 곤궁했던 생활상을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려냄으로써 인민의 반성과 각성을 촉구한다.

특히 평론집은 김혜인, 김철순, 서청송, 리준호 등 최근 10년 동안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문학 프리즘을 통해 북한 사회의 단면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해문집 측은 '동시대 북한 문학 평론집'이 대한민국에 출간된 게 처음이라고 밝혔다.

'자력갱생'은 북한 문학에서 어떻게 그려질까?

책에 따르면 서청송의 '영원할 나의 수업'(2014), 김철순의 '꽃은 열매를 남긴다'(2012) 등은 과학기술 발전을 실현하려는 북한 독재 정권의 교시를 잘 반영하는 소설이다.

서청송의 작품들에서 '손전화 통보문'(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휴대용 콤퓨터'(랩톱 컴퓨터), '다매체화'(멀티미디어화) 등 정보기술(IT) 용어가 쏟아지는 점도 변화된, 또는 그렇게 변화하고 싶은 북한 사회의 일면을 잘 보여준다.

'현지 지도'라는 북한 특유의 통치 방식이 소설 작품 속에서 엿보이는 경향, 전쟁 미화가 문단을 지배하는 현상, '실화문학'이라는 사회주의식 장르가 별도 분류되는 특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도 재미있다.

책은 또 북한 소설에도 일단 외형상으로는 실화 문학, 전쟁 문학, 지하 문학, 페미니즘 문학, 생태 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볼 수 있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는 언어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중시하기에 '문학과 미디어'를 국가기구에서 통제한다"는 저자의 설명처럼, 개인이 아니라 '당의 문학'으로 규정되는 북한 문학에서 내용적 다양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저자는 2017년 '조갑제닷컴'에서 출간돼 반향을 일으킨 북한 익명 소설가 '반디'의 소설집 '고발'에 대해서도 충실한 평론을 내놓는다.

조선로동당의 검열을 거치지 않은 이 소설을 저자는 남북 문학사에서 기념비로 남을 작품으로 평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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