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발견

마크 브래킷 지음
임지연 옮김 / 북라이프
408쪽│1만6800원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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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남자 중학생이 이웃 주민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 남학생은 고민 끝에 부모에게 털어놨고 그 이웃은 체포됐다. 사건은 해결됐지만 그는 학교에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다. 그의 부모는 그제야 아들의 나쁜 성적, 폭식증, 관계 단절, 절망, 분노의 이유를 깨달았다. 불안정한 감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아들의 감정을 다뤄야 할지 몰랐다. 감정을 다루는 법과 문제 상황을 대처하는 법을 알지 못해서였다. 그때 중학교 교사로 일하던 삼촌이 어른 중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마크, 오늘 기분이 어때?”

미국 예일대 아동연구센터 교수이자 감성지능센터장으로서 20년 이상 감정과 감성 지능을 연구해온 마크 브래킷이 첫 저서 《감정의 발견》에서 털어놓은 자신의 이야기다. 그는 “삼촌이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공감과 경청의 태도로 들어주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끔찍해졌을 것”이라며 “그 덕분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고 다스릴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책마을] 감정 억누를수록 '행복한 삶' 멀어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년 이상 연구해온 ‘아이들의 감정 다루는 법’을 소개한다. 그는 “우리는 감정을 감추는 데만 급급했다”며 “성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선 감정을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두려움, 소외감,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건 잘못이 아니다. 기쁨, 유쾌함, 활발함 같은 긍정적 감정으로 일상이 가득 차야만 한다는 생각 역시 사람들이 느끼는 착각이다.

그는 가정과 학교에서 감정 기술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이들이 감성 능력을 습득하며 성장한다면 자연스레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스스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건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가 개발한 ‘감정을 다루는 다섯 가지 기술’인 ‘룰러(RULER)’ 기법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먼저 감정을 인지하는 데 활용하는 세 가지 ‘사고 기술’을 설명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Recognizing)하기,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Understanding)하기, 감정에 구체적인 이름 붙이기(Labeling)다. 저자는 이 세 가지 기술을 배우고 적용하기 위한 보조도구로 책 속 삽지로 넣은 ‘무드 미터(Mood Meter)’를 활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의 색을 명도와 채도에 따라 100가지 색으로 세분화한 무드 미터는 인간이 경험하는 다채로운 감정을 한데 모아놓은 그래프다. 그는 “기분을 정확히 세분화해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어 실생활에서 우리의 감정을 드러내고 다스리는 데 활용하는 ‘행동 기술’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Expressing)하는 법과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조절(Regulating)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감정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심호흡으로 심장박동수를 줄여 스트레스 반응 체계를 줄여주는 ‘마음챙김 호흡’, 앞으로 닥칠 상황에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 감정의 영향을 바꾸는 ‘전망하기’, 감정을 자극하는 원인으로부터 ‘주의 돌리기’, 감정적 경험을 유발한 원인을 재해석하는 ‘인지 재구조화’, 감정을 전환하고 잠시 멈출 여유를 갖는 행위인 ‘메타 모먼트’다. 저자는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허용하면서 동시에 실패해도 괜찮다는 여지를 자신에게 줘야 한다”며 “실패한 뒤엔 다른 사람에게 하듯 자신을 용서하면서 다시 시도하는 것이 감정 조절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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