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리만머핀 서울서 동시 개최
갤러리로 들어온 자연 풍경…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바람에 따라 가지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안 푸르른 나뭇잎에 단풍이 들고 우수수 떨어진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 어느새 잎과 열매가 자라 다시 풍성해진다.

몇분 만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찾아온다.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리러 서울과 종로구 소격동 리만머핀 서울에서 미국 출신 영상미디어 설치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62) 개인전 'Souls'가 3일부터 동시에 열린다.

제니퍼 스타인캠프는 3D 애니메이션 분야 개척자로 평가받는 작가다.

나무, 꽃, 하늘 등 변화하는 자연 풍경을 비롯한 유기적인 형태를 특정 공간에 구현하는 설치 작업을 해왔다.

리안갤러리 전시는 2010년,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Retinal 1'과 'Retinal 2'는 2018년 건축가 스티븐 제이 홀이 설계한 캔자스시티 넬슨 앳킨스 미술관의 부로쉬 빌딩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건축가가 빌딩 창문을 렌즈라고 부르는 것을 본 스타인캠프는 망막 정맥을 모방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녹색과 분홍색, 보라색으로 이뤄진 화려한 방울 덩어리와 탯줄처럼 보이는 가닥들이 무리 지어 분주하게 움직인다.

생물 형태를 연상시키지만, 추상적인 영상미가 돋보인다.

'Still-Life'는 전통적인 정물화를 디지털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사과, 키위, 오렌지, 딸기 등 형형색색 과일이 우주에서 유영하듯 꽃잎 사이를 떠다니며 생동감을 전한다.

시간 변화에 따라 자연이 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나무 영상 작품 'Judy Crook 12, 14'의 제목은 대학 시절 작가에게 큰 영감을 준 교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리만머핀 서울에 전시된 'Blind Eye 4'는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정면으로 마주한 장면을 묘사했다.

역시 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잎사귀가 흩날린다.

신작 'Primordial, 1' 은 작가가 수중 생태계에 대한 상상력을 드러낸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이다.

수중 공간에서 펼쳐지는 작은 생물들의 움직임이 약동하는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가상 현실처럼 정교한 스타인캠프의 영상은 전시장 벽면에 정확히 맞춰 투사된다.

마치 벽면 너머에 새로운 공간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몰입감을 전한다.

차가운 전시장 벽면에서 보는 인공 영상임을 분명히 알지만 묘한 생동감과 활력이 느껴진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갤러리로 들어온 자연 풍경…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