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애꿎은 혈세를 여기에 쓰나요?"
회원 수 80만명을 보유한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 A씨는 "모든 외국인에게 재난 지원금을 주는 것 알고 있었냐"며 "세금도 내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쓸 예산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썼다.

"불법체류자도 준다?" 외국인 긴급생활비 지급소식에 루머 확산
이 게시물을 본 다른 회원들도 "똑같이 주면 오히려 자국민이 차별당하는 것 아니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 재정도 바닥이라던데 걱정이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지난달 31일 서울시가 관할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재난 긴급생활비 신청을 받기 시작하자 이를 둘러싸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가 외국인 긴급생활비 지원을 발표했던 같은 달 26일 이후 최근까지 트위터상에는 이와 관련한 포스팅이 100건 가까이 올라왔다.

'사회 구성원인 만큼 공평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였지만, 대부분은 '왜 이방인에게까지 지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되나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재난 긴급생활비 지급 대상자는 시에 외국인 등록을 했거나 거소 신고를 한 지 90일이 넘은 재외동포 등이다.

2분기 기준으로 시 등록 외국인은 26만4천여명, 재외동포 등은 12만여명으로 총 38만여명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가운데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100% 이하인 계층만이 긴급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가구 수로 따졌을 때 9만5천가구 정도이며 지원액은 300억원 전후가 되리라는 것이 시의 계산이다.

지원 액수는 내국인과 동일한 가구당 30만∼50만원이고 선불카드로 지급된다.

일부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대로 '1천억원이 훌쩍 넘게 투입될 것'이라는 주장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 불법 체류 외국인도 받을까?
"불법체류자도 준다?" 외국인 긴급생활비 지급소식에 루머 확산
서울시 복지정책팀 관계자는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불법 체류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에게 지급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1일 연합뉴스에 "기본적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되려면 (4대 보험에 가입하는 등) 합법적으로 취업 활동을 이어가면서 소득 신고까지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며 "당연히 불법 체류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신규 예산을 따로 편성했다기보다는 3∼4월 당시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예산으로 5천400억원을 책정했는데 이때 결정의 연장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외국인을 뒤늦게 추가했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을 하고 세금을 내면서 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외국인 주민도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며 "이들에게도 같은 지원을 하는 게 형평성에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외국인은 세금 안 내는데"…사실일까
"불법체류자도 준다?" 외국인 긴급생활비 지급소식에 루머 확산
관계자들은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세금을 덜 내거나 면제'라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한다.

법무법인 덕수의 조영관(38·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세금 납부액은 국적이 아닌 소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4대 보험에 가입된 이주 노동자라면 내국인과 거의 동일한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다만 예외라면 방문취업(H-2) 비자를 발급받아 들어온 외국인 정도"라며 "이들은 내국인과 달리 주민세 납부 의무가 없지만 이마저도 1만원 미만의 세금을 낸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연 1회 가구주와 1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에게 부과하는 주민세는 올해를 기준으로 6천원이다.

그는 "오히려 이주노동자는 거주비나 식대 등의 지출이 더 크기 때문에 간접세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며 "외국인이라고 특별히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외국인 긴급생활금 지급 진정을 대리한 이지혜 변호사(35·변호사시험 4회)는 "등록된 외국인 역시 우리와 같은 주민"이라며 "거주지나 소득 등이 아닌 국적에 따라 긴급생활비 지원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SNS상에서 일어난 논란을 언급하며 "아직까지 우리 곁에 외국인을 이웃이라 여기지 않는 인식이 남았다는 방증"이라며 "이들 대부분이 모국으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작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쪽은 어디일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