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0이 도대체 몇 개야…'숫자에 약한' 사람들 모여라
영화, 드라마를 보면 독방에 갇힌 죄수나 무인도에 표류한 사람은 ‘날’을 세기 위해 나흘째까지 세로선을 긋다가 닷새째엔 세로선들 위에 가로줄을 긋는다. 로마 숫자나 한자는 처음 세 수까진 세로선이나 가로선을 긋다가 ‘4’부터 형태를 달리 한다. 왜 그럴까.

《세상의 모든 수 이야기》는 이를 수를 세거나 패턴을 인식하지 않고도 순간적으로 수를 파악하는 ‘즉각적 인지 능력’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저자인 앤드류 엘리엇에 따르면 인간의 즉각적 인지 능력은 사물이 최대 네 개 정도 있을 때가 한계다. 까마귀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 이상을 넘어가는 ‘큰 수’는 뇌를 사용해 세어야 한다. 더 빨리 헤아리고 읽기 위해 죄수는 5일씩 묶어 세고, 로마인과 중국인은 ‘4’부터 별도 기호를 사용했다.

저자는 한국어판 제목처럼 일상, 경제, 자연, 과학, 역사 등 다방면에 걸쳐 수많은 ‘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실생활에서 또는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큰 수’를 맥락에 맞게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사고 전략을 알려준다.

저자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시종일관 던지는 질문은 ‘그것은 큰 수인가?(Is that a big number?)’다.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세계 인구는 76억 명이다. 그것은 큰 수인가?’ 그는 이런 숫자가 큰 수인지 아닌지 인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정표 수’ ‘시각화’ ‘분할 점령’ ‘비율과 비’ ‘로그 척도’ 등 다섯 가지 기법을 제시하고,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지수나 로그 같은 용어와 광년, 테라 등 온갖 단위가 등장하지만 수학적 지식과 능력이 없어도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이 책은 ‘숫자가 약한’ 사람들의 수 이해력을 높이고, 세상의 겉모습이 아니라 골격을 파악하는 ‘수리적 세계관’을 갖추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대중교양서다. 그만큼 쉽고 재미있게 쓰였다. 저자는 “생활 속에서 우리가 접하는 수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그 개수도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서 이리저리 표류하지 않으려면 수를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