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피해 신고…제주 440㎜ 물 폭탄·흑산도 초속 47m 강풍
수천 가구 정전에 도로 땅 꺼짐도…뱃길·하늘길도 끊겨
오전 5시 서울 최근접·'소형'으로 완화…옹진반도 상륙
쓰러지고 꺾이고 떨어지고…'바비' 강풍에 피해 속출(종합2보)
위력적인 강풍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27일 한반도를 훑고 북상하면서 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전국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끊기는가 하면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전선을 덮쳐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속 38㎞로 북상 중인 태풍 바비는 오전 5시께 서울에 가장 가까워졌다가 오전 5시 30분께 옹진반도 부근에 상륙했다.

태풍의 강풍 반경은 230㎞로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일부 강원도, 경상도에 태풍특보가 발효 중이다.

당국은 이날 오전 중 태풍에 따른 피해 조사와 복구에 나설 계획이다.

쓰러지고 꺾이고 떨어지고…'바비' 강풍에 피해 속출(종합2보)
◇ 제주 태풍 피해 144건…가로등 꺾이고 도로 싱크홀도

태풍의 첫 영향권에 들었던 제주에서는 전날 강풍 피해 신고 144건이 접수됐다.

제주시 도남동 르노삼성자동차 제주연북로지점 건물 앞에 세워진 대형 입간판이 흔들려 이를 떼어낸 뒤 도로에 눕히는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그사이 맞은편 도로 3차로를 달리던 차량 2대가 미처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공항에서 도청 방면으로 가는 제주시 연동의 한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떨어지고, 제주시 아라2동의 한 도로에는 가로등이 꺾여 도로를 덮쳤다.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아파트 외벽 마감재가 강풍에 뜯겨 아파트 인근에 주차됐던 차량이 파손됐으며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 도로에 지름 약 27㎝ 크기의 땅 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제주시 해안동과 서귀포시 대정읍 등의 887가구는 정전 피해도 겪었다.

쓰러지고 꺾이고 떨어지고…'바비' 강풍에 피해 속출(종합2보)
◇ 광주·전남 피해 134건…가로수 쓰러지며 2천200여가구 정전

태풍이 휩쓸고 간 전남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전남소방본부에는 전날 101건, 광주소방본부에는 3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순천에는 전날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5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가곡동과 연향동, 덕월동, 조례동 일대 도로가 침수됐다가 2시간 만에 배수 작업이 마무리됐다.

전날 오후 6시 50분께 영암군 삼호읍의 한 주유소에서 대형 간판이 떨어졌고 오후 8시 19분께는 해남군 해남읍 한 아파트에서 강풍에 출입문이 떨어졌다.

쓰러진 가로수 등이 전선을 건드리면서 전남 신안의 127가구와 광주 북구 문흥동 일대의 2천100여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다.

오후 8시 30분께는 광주 서구 풍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에서 발생한 싱크홀로 차량이 통제됐다.

전북에서도 전날 오후 9시 20분께 남원시 향교동 한 모텔 간판이 강풍에 떨어져 주차된 차량 2대가 파손되는 등 5건의 피해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쓰러지고 꺾이고 떨어지고…'바비' 강풍에 피해 속출(종합2보)
◇ 인천·경기·충남 피해 40여건…나무 쓰러지고 간판 떨어져

인천에서는 이날 오전 5시 기준 미추홀구·부평구·계양구 등지에서 태풍 피해 신고 20건가량이 접수됐다.

모두 나무 쓰러짐, 도로 장애물 발생, 간판·현수막 떨어짐 등으로 인명 피해는 없는 상태다.

경기도 소방당국에는 아직 별다른 태풍 피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으며, 충남에서는 피해 신고 24건이 들어왔다.

대부분 현수막과 간판 일부가 떨어지거나 도로에 장애물이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는 전날 오후 1시를 기해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3단계를 발령하고 전체 시 공무원의 4분의 1이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닐하우스 1만동, 지하차도 36곳, 돌출간판 4만6천개, 대형 공사장 92곳, 타워크레인 190개, 어선 1천455척을 안전 점검했다.

경기도는 태풍 '바비' 북상에 대비해 비상단계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해 가동 중이다.

세월교(洗越矯), 하천변 등 인명피해 우려 지역 236곳을 출입 통제하고 차량 침수가 우려되는 둔치 주차장 41곳을 폐쇄하는 등 사전 조처를 했다.

쓰러지고 꺾이고 떨어지고…'바비' 강풍에 피해 속출(종합2보)
◇ 경전선·호남선 등 열차운행 일부 중단…선별진료소 28곳 철거

한반도가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하늘길과 뱃길은 여전히 통제 중이다.

제주에서는 우수영·목포·녹동·완도·부산·가파도(마라도) 등을 잇는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이날 인천과 섬 지역을 오가는 12개 항로의 여객선 15척 운항도 전면 통제된다.

인천 내항에는 전날 오전 해군과 해경 함정 99척을 비롯해 총 139척의 선박이 태풍을 피해 정박했고 추가로 10여척이 피항했다.

전날 오전 6시 30분 제주에서 김포로 출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900을 시작으로 제주를 오갈 예정이었던 항공기도 모두 결항했다.

전남 목포·여수·완도·고흥 등의 54개 항로 69척의 운항도 멈췄으며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 여수공항의 항공편도 결항했다.

오후 5시 이후 경전선 광주송정∼순천역 구간과 오후 6시 이후 호남선 광주송정∼목포역 구간 열차 운행 역시 중지됐다.

장항선 용산∼익산역 전 구간은 오후 6시부터 중단됐다.

강풍 피해를 우려해 국내 4번째 규모의 해상 교량인 신안 천사대교(길이 7.2km) 통행도 오후 7시부터 제한했다.

충남 보령과 태안을 연결하는 원산∼안면대교와 태안 근흥의 신진대교 통행도 오후 9시부터 전면 금지됐다.

전북에서도 격포∼위도, 군산∼개야도, 군산∼어청도, 장자도∼말도 등 4개 항로가 통제되고 12개 국립·도립·군립공원의 130개 탐방로 출입이 전면 중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 진료소 28곳도 강풍 피해를 염려해 철거했다.

쓰러지고 꺾이고 떨어지고…'바비' 강풍에 피해 속출(종합2보)
◇ 바비 '소형'으로 작아져…오전 5시 넘어 옹진반도 부근 상륙

태풍은 이날 오전 6시 기준 백령도 동남동쪽 약 40㎞ 해상에서 시속 38km로 북상하고 있다.

중심 기압은 960hPa, 중심 최대풍속 초속 39m로 태풍의 세기는 전날 '매우 강'에서 '강', 크기는 '중형'에서 '소형'으로 완화됐다.

전날 0시부터 27일 오전 5시까지 주요 지점의 초당 최대 순간 풍속은 전남 신안 흑산도 47.4m, 충남 태안 북격렬비도 44.2m, 옹진군 목덕도 41.2m, 진도 서거차도 39.5m 등이다.

25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 440.5㎜, 경남 산청 지리산 212.5㎜, 전남 순천 146㎜, 경남 함양 138㎜ 등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3시 30분을 기해 서울(서남권·서북권)과 경기 군포·광명·안양·파주·고양·부천에 태풍경보가 발효됐다.

앞서 인천에는 오전 2시를 기해 태풍 경보가 내려졌다.

쓰러지고 꺾이고 떨어지고…'바비' 강풍에 피해 속출(종합2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태풍 대응 수위를 최고단계인 비상 3단계로 격상했다.

경기·인천·전남 등 전국 지자체도 각각 비상 1∼4단계를 발령하고 재해대책본부 근무 인력 등을 증원해 태풍에 대응 중이다.

(장아름 고성식 백나용 심규석 임채두 김준호 최은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