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전남·전북에 피해 속출…대형 간판 날아가고 '싱크홀'
서부권 뱃길·하늘길 끊기고 교량 통제…오전 5시 서울 최근접
곳곳 '암전'에 가로수 두동강…'바비' 강풍에 휘청인 한반도
위력적인 강풍을 동반한 제8호 태풍 '바비'가 27일 한반도를 훑고 북상하면서 많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전선을 덮쳐 곳곳이 암전되는가 하면 대형 간판과 상가 출입문이 떨어지고 도로가 움푹 꺼졌다.

◇ 제주 태풍 피해 144건 접수…아파트 외벽 마감재 뜯기고 싱크홀도
태풍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제주에서는 현재까지 크고 작은 사고로 144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제주시 도남동 르노삼성자동차 제주연북로지점 건물 앞에 세워진 대형 입간판이 흔들려 이를 떼어낸 뒤 도로에 눕히는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그사이 맞은편 도로 3차로를 달리던 차량 2대가 미처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공항에서 도청 방면으로 가는 제주시 연동의 한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떨어지고, 제주시 아라2동의 한 도로에는 가로등이 꺾여 도로를 덮쳤다.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아파트 외벽 마감재가 강풍에 뜯어져 아파트 인근에 주차됐던 차량이 파손됐으며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 도로에 지름 약 27㎝ 크기의 땅 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해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제주시 해안동과 서귀포시 대정읍 등의 887가구는 정전 피해도 겪었다.

곳곳 '암전'에 가로수 두동강…'바비' 강풍에 휘청인 한반도
◇ 광주·전남 피해 88건…가로수 쓰러지며 2천200여가구 정전
태풍이 막 지난 전남에서도 피해가 이어졌다.

전남소방본부에는 전날 오후 9시 현재 61건, 광주소방본부에는 2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6시 50분께 영암군 삼호읍의 한 주유소에서 대형 간판이 떨어졌고 오후 8시 19분께는 해남군 해남읍 한 아파트에서 강풍에 출입문이 떨어졌다.

쓰러진 가로수 등이 전선을 건드리면서 전남 신안의 127가구와 광주 북구 문흥동 일대의 2천100여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다.

오후 8시 30분께는 광주 서구 풍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에서 발생한 싱크홀로 차량이 통제되고 있다.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전북에서는 오후 9시 20분께 남원시 향교동 한 모텔 간판이 강풍에 떨어져 주차된 차량 2대가 파손되는 등 5건의 피해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곳곳 '암전'에 가로수 두동강…'바비' 강풍에 휘청인 한반도
◇ 하늘길·뱃길 다 막혀…경전선·호남선 등 열차 운행도 일부 중단
한반도 태풍 영향권에 들면서 하늘길과 뱃길은 여전히 통제 중이다.

제주에서는 우수영·목포·녹동·완도·부산·가파도(마라도) 등을 잇는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태풍 영향으로 전날 오전 6시 30분 제주에서 김포로 출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900을 시작으로 제주를 오갈 예정이었던 항공기도 모두 결항했다.

전남 목포·여수·완도·고흥 등의 54개 항로 69척의 운항도 멈췄으며 광주공항과 무안국제공항, 여수공항의 항공편도 결항했다.

오후 5시 이후 경전선 광주송정∼순천역 구간과 오후 6시 이후 호남선 광주송정∼목포역 구간 열차 운행 역시 중지됐다.

장항선 용산∼익산역 전 구간은 오후 6시부터 중단됐다.

강풍 피해를 우려해 국내 4번째 규모의 해상 교량인 신안 천사대교(길이 7.2km) 통행도 오후 7시부터 제한했다.

전북에서도 격포∼위도, 군산∼개야도, 군산∼어청도, 장자도∼말도 등 4개 항로가 통제되고 12개 국립·도립·군립공원의 130개 탐방로 출입이 전면 중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 진료소 28곳도 강풍 피해를 염려해 철거했다.

곳곳 '암전'에 가로수 두동강…'바비' 강풍에 휘청인 한반도
◇ 중형급 세력 바비, 북북동진…중대본, 대응 수위 최고단계 격상
태풍은 27일 0시 30분 현재 군산 서쪽 약 180km 해상에서 시속 35km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중심 기압은 955hPa, 중심 최대풍속 초속 40m의 중형급 세력이다.

태풍과 가까운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와 일부 경기도, 강원도, 경상도에는 태풍 특보가 발효 중이며 서울 전역과 인천 등에도 전날 오후 11시를 기해 태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전날 0시부터 27일 0시까지 주요 지점의 최대순간풍속은 전남 신안 흑산도 초속 47.4m, 진도 서거차도 39.5m, 제주 윗세오름 36.4m, 충남 태안 북격렬비도 32.2m 등이다.

이 시각 제주 삼각봉에 438㎜, 제주 산천단 227.5m, 경남 산청 지리산 부근 189.5㎜, 전남 순천 144.7㎜, 전북 남원 뱀사골 118.5㎜ 등의 강수량도 기록했다.

밤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이 태풍의 강풍반경 안에 들고, 27일 오전 5시께 태풍이 서울에 가장 근접할 전망이다.

곳곳 '암전'에 가로수 두동강…'바비' 강풍에 휘청인 한반도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태풍 대응 수위를 최고단계인 비상 3단계로 격상했다.

전남도는 비상 2단계, 광주시는 비상 1단계를 발령하고 재해대책본부 근무 인력 등을 증원해 태풍에 대응 중이다.

전북도 역시 태풍 대응 수위를 경계단계인 비상 2단계로 올리고 태풍 경로와 기상 상황 모니터링, 재해위험지역 예찰을 강화했다.

충북도도 비상 1단계를 가동 중이며 경찰, 기상청 등 유관기관들과 경계 태세에 나서기로 했다.

(장아름 고성식 백나용 심규석 임채두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