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사랑] 下

▽ 잊히던 자동차 극장, 주말 매진 행렬
▽ 데이트 먹거리는 ‘드라이브 스루’로
▽ 호캉스 데이트 인기…‘방역부터 배달까지 OK’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시대. 그래도 남녀들은 여전히 연애로, 결혼으로 행복을 갈구한다. 하지만 연인을 만나고 사랑하는 패턴에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개팅이 막히고, 하늘길이 막히고, 데이트 명소를 찾던 발길도 줄었다. 우리 주변 코로나 시대의 사랑, 한경닷컴 인턴기자 김기운 김수현 장덕진 3인방과 함께 들여다봤다.
맥도날드 맥드라이브(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기 위해 차량들이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맥도날드코리아 제공

맥도날드 맥드라이브(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기 위해 차량들이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맥도날드코리아 제공

# 직장인 김완규 씨(26)는 최근 주말 데이트 코스 필수품으로 자가용을 꼽는다. 오전에 자가용에 연인을 태운 김 씨는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에서 점심식사를 구입해 한강 근교를 찾는다. 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수다를 떨다 날이 어둑해질 즈음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사 자동차 극장에서 영화를 즐긴다. 온종일 함께 있었지만 접촉한 사람은 두 사람 뿐이다. 그야말로 ‘둘만의 세상’ 속 데이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김 씨와 같은 연인들의 데이트 문화가 변하고 있다.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을 적극 이용하거나 단둘만의 공간을 찾는 '비대면 동선' 짜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잊히던 자동차 극장의 빛나는 부활…“매출 3배까지 뛰어”
인천항 자동차 극장에 예약 차량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인천시 제공

인천항 자동차 극장에 예약 차량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사진=인천시 제공

최근 연인 외의 인물과 대면 접촉을 극도로 제한하는 ‘언택트(비대면) 데이트’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자동차 극장의 부활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속 다수의 인원이 실내에 모이는 일반 영화관을 꺼리게 됐지만 영화 관람은 포기할 수 없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자동차극장으로 향한 결과다. 젊은 연인들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극장이 매진을 기록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서울 근교에 있는 A 자동차 극장 관계자는 “주말에는 계속 매진이다”며 “최근 한 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수도권 외 자동차 극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충청 지역에 있는 B 자동차 극장 관계자는 “이전보다 손님이 많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3배 정도 뛰었다”라고 전했다.

최근 인천시에서 마련한 자동차 극장이 영화 상영 전 사전 예약부터 조기 마감된 사례도 자동차 극장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천시가 지난달 23∼27일 영화 1편당 차량 100대에 대해 사전 신청을 받자 한 번에 12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렸다. 예약은 단 이틀 만에 마감됐다.

뜨거운 반응에 최근 인천시는 예약 구조와 상영 횟수 등을 조정했다. 이전까지는 월별 단위로 예약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주별로 예약을 받고 있다. 당초 주말이던 운영 요일도 지난달부터 금·토·일 주 3회로 대폭 확대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수요가 워낙 많아서 전주에 예약을 내보내면 바로 매진이 된다"며 "비대면이고, 소독부터 거리두기까지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생기는 문제도 없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극장을 찾은 연인들의 관람 만족도도 높다. 김 씨는 “이번 주말 자동차 극장을 예매하려 했는데 주초부터 매진이었다"며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아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고, 둘만 얘기할 수 있고, 음식을 시끄럽게 먹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반 극장은 한 번도 안 갔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극장의 인기는 빈 좌석으로 신음하는 일반 영화관과 비교하면 더욱 대치된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CJ CGV는 올 2분기 코로나19로 1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4% 추락했다. CJ CGV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87.8% 급감한 254만명에 그쳤다.
인기 맛집·카페 대신 '드라이브 스루'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1호 매장인 경주보문로점. 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1호 매장인 경주보문로점. 사진=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인기 맛집과 카페를 찾던 연인들의 발길은 '드라이브 스루'로 향하고 있다. 대면 접촉을 피하고 마스크를 벗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연인 사이의 추억을 쌓기 위해 자가용을 이용해 인파가 몰리지 않는 서울 근교로 이동하고, 식사와 커피는 드라이브 스루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서울 근교 데이트를 즐긴다는 직장인 배태호 씨(41)는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서울 근교 카페를 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해 구매한 뒤 경치 좋은 곳으로 이동해 한적한 야외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드라이브 스루가 활성화된 외식업체의 매출이 선전한 이유다.

2018년 국내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도입한 스타벅스는 코로나19 위기에도 지난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5.6%, 17.8% 증가한 9371억원, 880억원을 거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출 증가의 주요인에 대해 “사이렌 오더와 드라이브 스루 등 비대면 서비스 이용 증가와 신규 매장 개점으로 인한 매출 증가”를 꼽았다.

드라이브 스루를 적극 도입한 한국맥도날드도 비대면 매출이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 1분기 한국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 플랫폼 '맥드라이브' 이용 차량은 1000만대를 훌쩍 넘었다. 3월 한 달간 맥드라이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었고, 1인당 평균 구매액도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맥드라이브와 배달 서비스인 맥딜리버리를 합산한 맥도날드의 비대면 매출 비중은 전체의 60%에 달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식업계 어려움이 뚜렷했던 지난 1~4월에도 맥드라이브의 상승세를 탄 한국맥도날드의 매출은 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방역부터 배달까지'…호캉스 데이트 성행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사진=한국경제신문 DB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아예 호텔을 잡고 둘만의 편한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들도 있다. '외부 데이트'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게 이유다.

코로나19 이후 호캉스(호텔+바캉스) 데이트를 즐긴다는 대학원생 김모 씨(28)는 “호캉스는 아무래도 방역된 실내에서 온종일 있으니까 안전한 느낌"이라며 "음식도 전부 배달이 가능해 접촉자 없이 쉬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호캉스 패키지 상품이나 저렴한 상품들이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도 예전보다 높아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호캉스 데이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수치로도 집계됐다.

숙박 플랫폼 '여기어때'가 이달 15일부터 이어진 3일간의 연휴 기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 응답자의 적지 않은 비중이 호캉스를 즐길 것이라고 답했다.

20대 설문 응답자의 72%가 국내 여행을 떠나겠다고 밝혔고, 그중 가장 선호하는 숙소는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호텔/리조트'(42%)라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여행을 함께 떠나는 사람으로는 ‘연인’(59%)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여행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요인 또한 ‘위생/청결’(57%)이었다.

이에 최근 국내 호텔업계는 호캉스 수요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아무래도 고객들이 방역과 코로나19 사태 속 안전한 곳을 찾다 보니 휴가철 호캉스 수욕 늘어났다"며 "젊은 커플들이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데이트 양상의 변화가 우리가 곧 겪게 될 생활과 삶 전반의 변화라고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을 극도로 제한하는 양상이 일상으로 빠르게 스며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경자 가톨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로 모든 삶이 언택트 시대로 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욱 서비스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안전성이 중요한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며 “오프라인, 대면 관련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새로운 수요에 부응하는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사회가 크게 변화하는 때는 이를 유발하는 트리거, 변곡점이 있기 마련"이라며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꿨듯, 코로나19가 비슷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김수현 한경닷컴 인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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