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에 실내악 축제로 변한 '클래식 레볼루션'
롯데콘서트홀이 지난 17일 개막한 음악축제 '클래식 레볼루션 2020' 규모를 줄이고 무대 편성을 바꿨다. 코로나19로 국공립 교향악단들이 줄줄이 공연을 취소해서다. 단원 50명 이하로 꾸린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남은 공연에 나선다.

이번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크리스토프 포펜(사진)은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축제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이 변경됐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편성으로 준비했던 오케스트라 공연은 50명 미만을 무대에 올리는 '체임버 오케스트라' 위주로 공연한다.

국공립 교향악단들의 공연은 성남시향을 제외하고 모두 취소됐다. 지난 17일 개막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던 부산시립교향악단을 비롯해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대전시향, 인천시향, KBS교향악단, 서울시향 등이 불참을 통보했다. 수도권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각 지자체에서 감염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롯데콘서트홀은 민간 교향악단과 실내악단을 중심으로 축제를 꾸릴 계획이다. 고음악 전문 교향악단인 '카메라타 안티콰'와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오른다.

카메라타 안티콰는 지휘자 지중배, 포르테 피아니스트 박종화와 함께 24일 베토벤의 교향곡 4번 등을 연주한다.

30일 폐막식에서는 포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와 영재 바이올리니스트 고소현을 이끌고 교향곡 8번을 들려준다. 튜티챔버오케스트라는 이날 첼리스트 문태국,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함께 베토벤의 '3중 협주곡 C장조'를 들려준다. 당초 서울시향이 공연할 작품이었다.

작곡가 조은화의 첼로 협주곡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추구하며'도 초연된다. 튜티챔버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문태국이 포펜 감독과 호흡을 맞춰 초연한다. 조 작곡가는 2008년 퀸엘리자베스 국제 음악 콩쿨에서 작곡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다음해 2009년에는 부조니 콩쿠르에선 작곡상을 탔다. 현재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포펜 감독은 "조은화 작곡가 작품을 초연하게 돼 기쁘다. 같은 시대를 연결해주는 무대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이번 축제는 한국이 갖춘 예술적 토양이 내놓은 성과다. 전세계 공연계가 어려운 와중에 훌륭한 작곡가, 연주자와 함께 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실내악 공연은 예정대로 열린다. 오는 23일 에스메콰르텟, 룩스 트리오, TIMF앙상블 등 국내 클래식계에서 주목받는 실내악단들이 공연에 나선다. 25일 포펜 감독이 직접 무대에 올라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바이올린 소나타 5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협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