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18·24홀…마음대로 골라 치세요"
내년 9월 경북 경주시 천북면에 ‘24홀 골프장’ 루나엑스가 들어선다. 통상 9개홀 단위인 일반 골프장과 달리 서로 다른 6개홀 코스가 총 4개 있는 국내 첫 ‘6·4제 골프장’이다. 내장객이 9홀, 18홀 라운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루나엑스에선 ‘6홀 골프’부터 최대 24홀까지 6홀 단위로 끊어 라운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념을 깬 ‘파격’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겨온 건 윤재연 블루원 사장(사진)이다. 그는 “출근 전이나 퇴근 후 1시간30분짜리 콤팩트 라운드를 즐기는 게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콤팩트 골프’가 미래 골프산업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모토도 ‘빠르게(speedy), 쉽게(easy) 즐겁게(fun)’다. 그는 “9개홀로 이뤄진 아웃코스를 나섰다가 다시 인코스로 돌아오는 게 ‘골프의 정석’처럼 여겨졌지만 현대 골퍼들에겐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4~5시간씩 걸리는 긴 시간이 젊은 세대는 물론 바쁜 직장인, 고령층 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윤 사장이 ‘6·4제’를 블루원 산하 골프장에 처음 도입한 배경이다. 블루원은 블루원 용인(27홀), 블루원 상주(18홀), 블루원 디아너스(27홀) 등 3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 시니어들에게도 18홀 라운드는 버겁습니다. 12홀이 적당하죠. 주말 오전, 출근 전 새벽 운동처럼 간단히 골프를 치고 싶은 골퍼들에겐 9홀도 길 때가 있고요. 또 에너지가 넘치는 남성 골퍼들은 18홀 라운드가 아쉽죠. 그렇다고 9홀을 추가하자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죠. 루나엑스는 이런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파격은 또 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맞춰 사우나를 ‘옵션’으로 넣는다. 원하는 골퍼에게만 추가비용을 받는다. 샤워를 원하지 않는 골퍼는 라운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가방과 소지품 등 간단한 짐만 보관할 수 있는 간이 라커도 클럽하우스 곳곳에 배치할 계획. 골프복을 입은 채 골프장에 도착해 라운드한 뒤 곧바로 귀가하고 싶어하는 골퍼들을 위해서다.

체크인은 비대면 ‘스마트 체크인 시스템’을 통해서 한다. 스마트폰으로 집에서 체크인한 뒤 프런트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티샷을 하며, 결제도 스마트폰으로 하는 식이다. 라운드가 끝난 뒤 결제하기 위해 프런트 앞에 줄을 서거나 순서를 기다리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클럽하우스 레스토랑, 그늘집, 프로숍 등에서 쓰는 비용도 모두 등록된 계정에 기록된다. 이를 위해 블루원은 최근 카카오VX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골프 문화는 4인 기준이었습니다. 그룹에서 한 명이 리드하면 거기에 맞춰 다른 골퍼들이 따라가야 하는 형식이었죠. 4인 기준 식사도 유독 골프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문화고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각자 동선대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골퍼가 늘어날 것입니다. 1인(조인)골프, 더치페이 등 루나엑스에선 모든 골퍼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루나엑스는 태영그룹이 1조원을 투입해 천북면 일대 700만㎡에 짓는 ‘천북관광단지 및 보문빌리지’사업의 시발점이다. 27홀 골프장을 지을 수 있는 터에 24홀만 넣고, 남은 공간에 300m 길이의 연습장을 배치했다. 또 클럽하우스 지하에는 공유오피스와 피트니스클럽, ‘골프 마켓’ 등을 마련하는 등 루나엑스를 하나의 ‘토털 골프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게 윤 사장의 복안이다. 윤 사장은 “루나엑스가 경상권을 넘어 전국 골퍼들이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어하는 퍼블릭 골프의 ‘성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경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