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를 여는 클럽M. 둘째 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덕우, 고관수, 유성권, 이신규, 조성현, 심준호, 김홍박, 김상윤, 김재원.  클럽M  제공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를 여는 클럽M. 둘째 줄 맨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덕우, 고관수, 유성권, 이신규, 조성현, 심준호, 김홍박, 김상윤, 김재원. 클럽M 제공
2017년 7월, 클래식계에서 악기별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젊은 연주자 9명이 모여 실내악단 클럽M을 결성했다. 실내악단 멤버는 리더로서 앙상블의 중심을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재원을 비롯해 고관수(오보에), 김상윤(클라리넷), 조성현(플루트), 유성권(바순), 김홍박(호른), 김덕우(바이올린), 이신규(비올라), 심준호(첼로) 등이다.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 수석을 맡고 있거나 솔리스트 또는 실내악 연주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는 ‘실내악계 어벤저스’라는 평가도 나왔다. 각자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앙상블 활동을 지속할지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었다.

이들은 그해 8월 창단 음악회를 시작으로 매년 여름 모여 정기 연주회를 열었다. 다 모이지 못해도 ‘유닛’으로 멤버 몇 명씩 모여 클럽M 이름으로 꾸준히 실내악 연주회를 열어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네 번째 클럽M 정기 연주회를 연다. 리더 김재원 씨를 20일 전화로 만났다. “코로나19 탓에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오기 어렵겠지만 우리 공연을 보면 마음의 평화를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클럽M은 이번 연주회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베토벤의 ‘클라리넷 트리오 B장조’, 장 프랑세의 ‘관악기와 현악기를 위한 10중주’, 클로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을 들려준다. 2018년 클럽M의 상주 작곡가로 위촉된 손일훈의 ‘명상Ⅱ’도 초연한다. “연주자 아홉 명이 한 무대에 서다 보니 편곡을 해야 하죠. 일훈씨가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드뷔시의 피아노 독주곡 ‘달빛’을 합주곡으로 편곡해줬습니다.”

클럽M은 매년 1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멤버들이 솔리스트나 각자 소속된 오케스트라와 실내악단에서 활동해 한 번에 뭉치기 힘들어서다. “연주자 수가 많은 만큼 3중주, 4중주 등 소편성에서 딕스토르(10중주)처럼 대편성까지 다양하게 연주 방식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솔리스트와 앙상블 활동을 병행하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서로 실력을 믿다 보니 잡음 없이 올해 4년차를 맞았습니다.”

이들은 클래식음악 연주단체로는 드물게 ‘클럽’이란 단어를 앙상블 이름에 넣었다. 클럽에서 대중음악을 즐기듯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연주자들은 그동안 한 명씩 돌아가며 대중에게 친숙한 곡을 연주하는 ‘다가가기 프로젝트’를 했다. SNS에 공연 맛보기 영상도 매번 올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길거리에서 버스킹 공연도 했다. “클래식은 기본적으로 ‘옛날 음악’입니다. 지루할 수 있죠.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버스킹이나 SNS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했죠.”

이번 공연 첫 곡도 잘 알려진 ‘위풍당당 행진곡’을 골랐다. 하지만 대중성만 좇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프랑스 작곡가 프랑세의 ‘관현악과 현악기를 위한 10중주’도 선보인다.

클럽M은 다음달 펼쳐지는 ‘마포 M클래식 축제’에도 참가한다. 오는 22일 서울함공원에서 찍은 합주 영상을 다음달 18일 온라인으로 상영한다. 이들이 빡빡한 일정에도 앙상블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뭘까. “다른 곳에 맡기지 않고 저희가 직접 공연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하는 것에 다들 재미를 느낍니다. 함께 모여 즐겁게 연주하는 동안 신뢰도 쌓였죠. 다들 오래 길게 가고 싶어 해요. 팀 멤버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지는 않을 겁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