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악한 사람들

▲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 문영숙 지음.
가난한 노비로 태어나 모국인 조선으로부터 받은 것 하나 없었음에도 목숨을 걸고 항일 투쟁을 벌였던 최재형의 일대기다.

그를 빼놓고서는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독립운동사를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역할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러시아 지역 독립운동사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데다 남북한 대치의 영향을 받아 러시아 국적인 최재형의 활동상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1860년 8월 15일 함경북도 경원에서 태어난 그는 러시아 최초의 한인 마을 지신허에서 살다 11살 때 형수의 구박을 피해 가출했다.

굶주림을 못 이겨 탈진해 쓰러져 있다가 러시아 상선 선원들에게 구조된다.

이후 상선 선장 가족의 보살핌 속에 러시아어와 러시아 고전문학 등을 익히고 선원으로서 러시아 각지를 왕래하며 견문을 넓혀간 그는 다시 러시아 한인 마을로 돌아가 러시아 정부와 한인들 간 중재자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의 지도자로 부상하고 사업가로서 자질을 발휘해 연해주에서 손꼽을 만큼 큰 부자가 된다.

그러나 일제가 조선을 침탈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항일투쟁을 위한 의병 조직에 나섰고 1919년 3·1운동을 전후해 러시아 한인들의 중앙 기구였던 대한국민의회 외교부장에 선출되는 등 지역 항일 운동의 구심적 역할을 한다.

1920년 4월 일본군이 블라디보스토크, 니콜리스크 우수리스크, 하바로프스크 등지의 러시아 혁명세력과 한인들에 대해 불의의 습격을 가한 '4월 참변' 때 일본군에 체포된 최재형은 엄주필 등 3명과 함께 재판 없이 총살됐다.

'안중근의 마지막 유언',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등 코리안 디아스포라 관련 논픽션을 써온 저자는 "최재형 선생은 1962년이 돼서야 독립 유공자로 서훈을 받았고 그나마 등급도 턱없이 불합리한 독립장에 불과했다"면서 "제대로 평가됐다면 대한민국장이나 적어도 대통령장을 받아야 마땅했지만, 국내에 후손들이 없고 집안도 변변치 않은 노비 출신이어서인지 서훈이라도 받은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고 썼다.

우리나비. 256쪽. 1만6천원.
[신간]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 대한독립, 평범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 양경수 지음.
일제 강점기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든 수감자 카드를 바탕으로 일제의 국권 침탈에 항의하고 독립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다가 구속된 이들의 면면과 활동상을 소개한다.

여운형, 유관순, 강우규와 같은 유명인들도 있지만, 대개는 농사꾼, 교사, 출판인, 간호사, 학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다.

수감자 카드에 붙어 있는 사진의 모습만 보더라도 모진 고문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옥중 순국하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주요 사건에 관한 간단한 해설과 해외 언론의 보도를 관련 사진과 함께 수록해 이들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배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선조들의 얼굴을 하나둘 그려가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 모두가 한마음으로 독립을 위해 안과 밖에서 싸웠고 그 결과 우리가 이렇게 대한민국이라는 독립된 나라에서 살 수 있게 됐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쉼. 352쪽. 2만4천800원.
[신간]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 악한 사람들 = 제임스 도즈 지음, 변진경 옮김.
중일 전쟁 당시 강간, 학살, 고문, 생체 실험, 영아 살해 등 온갖 악행을 저지른 전범 출신 일본인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주저하다가도 두 번, 세 번 계속하다 보면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고 부녀자를 성폭행하게 되며 심지어는 그런 일에 희열을 느끼기까지 했다고 털어놓는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평범한 소시민에게 불과했던 이들은 신병으로서 훈련받을 때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점점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인간 병기로 변모해갔다.

일부는 초등학교 때부터 주입된 황국신민 교육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미국 매캘러스터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범죄 성향과 죄의식에 관한 심리학적 실험 결과와 철학, 문학에 반영된 범죄에 관한 고찰을 들어가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사람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가에 관한 사유를 펼쳐나간다.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들은 전쟁 후 소련의 시베리아 수용소에 투옥됐다가 몇 년 후 중국 푸순 수용소에 인도된 전범들이었다.

중국 당국의 인도적인 대우와 '사상 개조'를 위한 교육에 감화된 이들은 석방된 뒤에도 '중국귀환자연락회(중귀련)'라는 단체를 만들어 중국에서 저질러진 전쟁범죄의 실상을 폭로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오월의봄. 356쪽. 1만9천원.
[신간] 잊혀진 독립운동의 대부 최재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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