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에이스트릭트 개인전…미디어아트 'Starry Beach' 공개
어두운 갤러리 속 밀려드는 거대한 푸른 파도
이번에는 갤러리 안으로 파도가 들이쳤다.

하얀 벽에 작품이 걸렸던 화이트큐브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블랙박스가 됐고, 바닥과 벽면에 쉴새 없이 파도가 밀려오고 부서진다.

컴컴한 밤바다에서 오로지 푸른 파도만 빛나는 초현실적인 풍경이 압도적이다.

6m 높이의 정면 벽을 타고 파도가 치는 모습은 공중에서 해변을 내려다보는 듯하고, 바닥의 파도는 발을 적실 듯이 실감 난다.

벽은 거울로 둘러싸여 마치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 3관(K3) 전시장의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작업 'Starry Beach'이다.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광장의 대형 LED 스크린에서 요동치던 파도 영상 'Wave'를 제작한 디자인업체 디스트릭트'(d'strict)가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 '에이스트릭트(a'strict)'를 만들고 개인전을 열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Wave'는 도심 한복판에서 실제로 파도가 치는 것 같은 시원한 장면을 연출해 해외까지 화제가 됐다.

디스트릭트는 여세를 몰아 상업적 프로젝트와 별도로 자유롭게 미디어 아트 창작 활동을 펼치는 에이스트릭트를 결성했다.

인원을 고정하지 않고 약 70명의 디스트릭트 소속 크리에이터부터 과거 회사를 거쳐 간 크리에이터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이자 브랜드이다.

전시 개막일인 13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는 "상업디자인을 하면서도 결과물이 예술적 가치를 가지는 경험을 하게 됐고,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다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디스트릭트는 상업디자인 회사이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성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아무 제한 없이 자유롭게 창작할 환경을 만들고자 미디어아트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8명이 참여해 약 4개월간 작업했다.

물의 물성을 반영하는 수차례 실험을 거쳐 컴퓨터 그래픽으로 파도치는 장면을 구현했고, 바닷소리를 녹음해 현실감을 더했다.

파도치는 장면은 약 3분 분량 영상이 반복되는데, 같은 파도 모양을 찾아내기 어렵다.

디스트릭트는 그동안 물이 가진 다양한 속성과 풍부한 음향성을 재료로 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

'Wave'에 이어 'Starry Beach'도 코로나19 사태로 답답한 도시인들의 가슴을 뚫어줄 만하다.

열린 공간인 거리 전광판과 달리 어두운 실내에서 마주하는 파도는 더 색다른 몰입감을 느끼게 한다.

이 대표는 "복잡한 환경 속에서 도시와 대척점에 있는 자연, 그중에서도 파도를 보면 관객들이 좋아하리라 생각했다"라며 "이번 작품은 광고로 도배된 대형 전광판과 달리 끝없이 펼쳐진 해안에 와 있는 느낌을 주는 실내용 설치미술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9월 27일까지.
어두운 갤러리 속 밀려드는 거대한 푸른 파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