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이란 작가 파리누쉬 사니이 장편소설 '목소리를 삼킨 아이'
아빠의 사랑 갈구하는 아이의 소리 없는 외침

이란을 대표하는 현대 작가 파리누쉬 사니이(사진)의 두 번째 소설 《목소리를 삼킨 아이》(북레시피)가 국내 출간됐다. 사니이는 이란 혁명 전후 이란 여성들이 겪은 고통과 억눌린 삶을 대변한 첫 번째 장편 《나의 몫》으로 이탈리아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으로 ‘이란 최고의 현대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장편은 소통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일곱 살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던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돼 어린 시절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아이와 아버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샤허브는 다섯 살이 됐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다. 타고난 언어 능력이나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샤허브는 형 아라쉬처럼 착하고 똑똑한 아이만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있고, 서툴고 문제아 취급받는 자신 같은 아이는 ‘엄마의 아들’이라고 믿는다. 그의 침묵은 부모에게서 사랑받고자 하는, 미숙하고 고집스러운 아이의 투정처럼 비치기도 한다. 사랑을 갈구하는 샤허브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외할머니와 연대감을 갖는 장면이 그렇다. 외할머니의 편견 없는 시선을 통해 작가는 동심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지 아이를 걱정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고 이해하며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소설은 화자인 샤허브와 엄마 마리얌의 시선을 따라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마리얌의 입장에서 서술될 때는 샤허브가 처한 곤경을 제3자의 시각에서 더 넓게 바라보게 된다.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는 샤허브가 ‘말하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내면의 자아이자 상상 속 친구인 ‘바비’와 ‘아시’를 만들어낸 것은 그의 심리를 풀어내기 위한 장치다. 샤허브는 형 아라쉬가 완성한 작품에 잉크를 부어 망가뜨리고, 가위로 아빠의 차를 긁고, 사촌 형 침대에 접착제를 부어버리는 등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위험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표현한다. 그때마다 ‘바비’는 샤허브의 마음속에 자리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대변하면서 그런 행동을 말리고, ‘아시’는 샤허브의 내면에서 들끓는 분노와 복수심을 자극하면서 계속 부추긴다.

심리학자이기도 한 작가는 아동 심리학 개념과 이론을 소설에 능숙하게 접목하며 부모가 아이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는 일이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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