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덮인 식기·가재도구 아직 손 못대…물·전기 들어와야 '복구 탄력'
군장병·민간단체 등 1천여명 복구 구슬땀…기업 등 지원품도 속속 답지
"아직 물이 안 나와요"…수마 할퀸 남원 마을 '수도 복구' 절실
빗줄기가 잦아든 11일 전북 남원시 금지면 용전마을 주민 김옥자(63·여)씨는 수마가 한바탕 휩쓸고 간 집 안에서 애꿎은 수도꼭지를 매만졌다.

누런 진흙으로 뒤덮인 식기와 가전제품을 씻어내려면 물이 필요한데 아직 수도가 복구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물이 나올까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돌려보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음식물 썩는 냄새와 비 비린내가 진동하는 집 안에서 김씨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연신 땀을 흘렸다.

바닥의 흙부터 물로 씻어내고 악취를 지워내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할 뿐이다.

물이 나오기 전까지 아직 집 밖으로 끄집어내지 못한 냉장고와 침대부터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짙은 갈색의 대형 대야에 물을 한가득 담아둔 옆집이 부럽기만 하다.

김씨의 남편은 지나가는 군용 차량을 붙잡고 "수조통에 물 좀 담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말에 김씨는 망설임 없이 '물과 전기'라고 답했다.

김씨는 "집을 치우면서 뭘 좀 해 먹으려고 해도 물과 전기가 아직 복구되지 않아 힘들다"며 "진흙을 며칠째 치우지 못해 누렇게 변한 바닥부터 물로 싹 쓸어내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 오전 7시부터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며 "젊은 군인들이 어제에 이어서 오늘까지 계속 도와주고 있어 그나마 힘이 난다"고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아직 물이 안 나와요"…수마 할퀸 남원 마을 '수도 복구' 절실
남원시는 현재 수해를 입은 금지면 7개 마을 일대에서 유관기관과 함께 전기와 수도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근에서 부지런히 집을 복구하고 있던 김숙희(62·여)씨는 라면과 물 등 간식거리와 세면도구 등 지원품에 감사하면서도 '빨래'가 많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빗물에 오래 잠겨 냄새가 깊숙이 밴 빨랫거리를 해결해야 옷을 갈아입고 침구류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봉사단체가 수재민들의 빨랫감을 수거하고 있다지만 아직 김씨의 집까지는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김씨의 마당에는 대충 물로 헹궈놓은 이불과 옷, 신발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는 "집을 복구하면서 하나라도 건질만 한 것을 찾고 있는데 다 못쓰게 생겨서 속상하다"면서 "누군가 얼른 빨래라도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장병들이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오전까지 애를 많이 썼다"며 "장병들과 봉사단체 등의 도움이 없었으면 집을 복구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적 폭우와 섬진강 제방 붕괴로 수몰됐던 남원시 금지면 일대에는 이날 35사단 장병 750여명, 전북경찰청 직원 100여명, 민간 자원봉사단체 100여명 등 1천여명이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긴급 구호품(주방용품·양념류 등) 600세트와 대한적십자사·기업 등의 지원품도 속속 답지하고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수몰됐던 7개 마을 중 하도마을과 용전마을에 특히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주택이 정리되는 데 이틀 정도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우스와 축사 등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복구하는 데는 4일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