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반한 롤모델과 한 무대…벌써부터 설레요"
“제가 단역으로 출연한 영화 시사회에 가는 것보다 크리스토프 포펜의 연주를 듣는 게 더 좋았어요. 물론 엄마는 배우 정우성을 못 봐서 아쉬워하셨지만요. 하하.”

지난 6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고소현(15·사진)은 바이올리니스트 겸 지휘자인 크리스토프 포펜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2017년 12세 나이에 고소현은 영화 ‘더킹’에 출연했다. 당시 시사회와 포펜의 내한 공연 시간이 겹쳤다. 그에겐 포펜을 직접 만나는 게 더 중요했다. “공연이 끝난 뒤 대기실까지 쫓아가 포펜을 만날 만큼 ‘열성팬’이었죠. 협연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레요.”

신동에서 솔리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고소현이 어릴 적 롤모델 포펜과 한 무대에 선다. 오는 30일 오후 2시 롯데콘서트홀에서 포펜이 이끄는 서울튜티챔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이날 공연에서 고소현은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로망스 1번 G장조와 2번 F장조를 들려준다.

고소현은 2016년 11세에 SBS 예능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에 출연해 ‘바이올린 신동’으로 유명해졌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그의 연주를 보고 극찬했다. 정경화와 핀커스 주커만이 ‘천재’라고 그를 추켜세웠다. 인연은 계속됐다. 고소현은 미국 뉴욕 맨해튼 음악대학 프리칼리지에 진학해 주커만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주커만 선생님이 방송에선 칭찬해 줬지만 많이 고쳐 줬어요. 활 쥐는 법부터 운궁법(활긋기)까지 교정받았습니다. 10때살때보다 실력이 크게 늘었죠.”

그는 어릴 적부터 바이올린에 욕심이 많았다. 네 살 때부터 집 근처 음악교실 앞을 서성였다. “하도 찾아가 지켜보니깐 음악교실 선생님이 수수깡으로 만든 장난감 바이올린을 주셨어요. 한 달 동안 장난감으로 연습하는 걸 보신 엄마한테서 진짜 바이올린을 선물받았죠.”

신동이나 영재란 이름표가 따라붙었지만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매일 8시간씩 쉼없이 연습했어요. 왼손 검지 마디에 굳은살이 박였어요. 손가락이 못나 보여도 완벽한 연주를 하는 게 더 중요하죠.”

연습량 덕에 미국 유학을 가서도 활발히 무대에 올랐다. 2018년 영국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4월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첼리스트 요요마 등이 출연한 ‘코로나19 극복 온라인 공연’에도 출연했다.

코로나19로 귀국한 뒤에는 연기에 도전한다. 이달 31일 방영하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중학생 바이올리니스트 양지원 역을 맡았다. 연습에도 바쁠 시기에 연기를 한 이유는 뭘까. “또래 친구들은 뮤지컬이나 영화 등에 열광해요. 클래식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죠. 학교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클래식이 가진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글=오현우/사진=김영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