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공연장 안내원’을 맡은 오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교향악축제가 열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관객에게 방역수칙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일일 공연장 안내원’을 맡은 오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교향악축제가 열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관객에게 방역수칙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울에서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공연장 방역’은 세계 공연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올여름 세계 유수의 음악축제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치러지고 있지만 한국 음악축제들은 철저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관객을 직접 맞이하고 있다. 음악축제의 방역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체험하기 위해 10일 폐막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공연에 ‘하루 공연장 안내원’(지난달 29일)으로 근무했다. ‘K공연장 방역 현장’으로 안내한다.

오후 6시. 업무 시작 전 60여 명의 공연장 안내원들이 모였다. ‘하우스 어텐던트’로 불리는 이들은 예술의전당 공연장 6곳을 관리한다. 교향악축제가 열리는 콘서트홀은 이날 오전 소독을 마치고 1~3층 객석과 양측에 있는 날개석을 개방했다. 총 좌석 수는 2500여 석이지만 ‘객석 간 거리두기’로 1000여 석만 관객이 앉는다.

오후 6시 30분. 무전기와 적외선 온도계, 일회용 장갑을 받고 공연장 출입문에 섰다. 이날 무대에 오르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은 오후 7시30분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보통 공연 20~30분 전부터 입장이 시작되지만 이날은 ‘좌석 띄어앉기’ 안내를 위해 한 시간 전부터 관객을 맞았다. 관객이 한꺼번에 몰렸지만 ‘병목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로비에 안면인식 발열체크기를 설치해 체온 측정 시간을 줄이고, 관객에게 미리 QR코드로 전자문진표를 작성하도록 유도했다. 예술의전당은 관객 동선을 줄이기 위해 외부에서 로비로 통하는 정문 여섯 곳 중 한 곳만 개방했다. 입구에는 관객이 한 방향으로 통행하도록 탁상을 배치했다.

통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평소보다 안내원 수를 두 배로 늘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두 명씩 한 조를 짜 공연장 출입문 하나에 배치했다. 한 명이 입장권을 확인하고 끊어주는 ‘수표’를, 다른 한 명은 공연장 안에서 관객에게 좌석 안내를 하는 식이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출입문 한 곳을 4명이 맡는다. 발열 체크를 하는 로비 출입문에 한 명, 전자문진표를 확인하는 데 한 명을 추가로 배치했다.

코로나19 이후 공연장 안을 통제하는 업무가 까다로워졌다. 경력 1년이 넘은 ‘바이저’들이 공연 시작 전까지 쉼없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관객들을 살펴본다. 마스크를 코 밑으로 쓴 관객에게는 다가가 “끝까지 올려 써 주세요”라고 요청한다. 관객이 제기한 민원 처리도 이들의 몫이다. 공연장 안 바이저 6명은 매니저와 함께 무전을 주고 받으며 업무를 해결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방역지침 요구에 잘 따르지만 새로운 환경에 당황하는 관객도 있다. 몇몇 관객은 스마트폰 QR코드를 활용해 전자문진표를 작성하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공연장 방역 지침상 안내원은 관객과 1m 이상 떨어져야 해 작성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 최모씨(55)는 “낯설지만 어쩔 수 없다”며 “축제가 열리는 자체가 대단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무대에선 지휘자 김대진이 이끄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이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 등을 연주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공연 시작 후 도착한 ‘지연 관객’들을 입장시키고 관객이 공연 중 마스크를 벗지는 않는지 주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중간 휴식(인터미션)과 커튼콜까지 마치고 공연이 끝나니 오후 10시다. 이빛나 하우스매니저는 “단지 안내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우스 어텐던트들은 공연장에서 관객들의 안전을 지키는 직원들”이라며 “코로나19로 업무는 늘었지만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