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호우에 동강 물살 거세져 지난달 24일부터 줄배 운항 못 해
7가구 11명 가운데 4명 주민 아직 남아 있어…구호품 보급 요청
긴 장마에 '줄배'로 오가는 영월 동강변 가정마을 18일째 고립
줄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 강원 영월군 영월읍 문산리 가정마을 주민들의 고립이 18일째다.

가정마을은 동강 변 오지마을이다.

동강을 따라 이어진 비좁은 길에서 배로 동강을 건너야 한다.

마을로 유일한 접근 수단은 줄배다.

줄배는 강 양쪽에 매어 놓은 줄을 배에 탄 사람이 직접 잡아당기면서 강을 건너는 배다.

큰비가 내리면 띄울 수 없다.

사람 힘으로 거센 물살은 이겨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복 등 사고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마을은 큰비가 내리면 고립되기 일쑤다.

이번 장마에도 가정마을은 여지없이 고립됐다.

권순화 문산1리 3반장은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0일부터 동강 수위가 빠르게 올라가더니 나흘째 되던 지난달 24일부터 줄배를 운항할 수 없을 정도로 물살이 거세졌다"고 말했다.

긴 장마에 '줄배'로 오가는 영월 동강변 가정마을 18일째 고립
◇ 한 해 평균 열번 이상 고립되는 동강 변 오지마을
줄배는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마을 앞 선착장에 단단히 묶어 놓았다.

이때부터 가정마을 7가구 11명의 주민은 고립 생활을 시작했다.

권 반장은 "3∼4일 정도 고립되는 것은 한 해 평균 열번 정도에 이르는 탓에 비만 그치면 고립이 풀릴 줄 알았지만, 이번에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거의 매일 비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고립이 길어지면서 식료품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혈압, 당뇨 등 지병을 앓는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이었다.

긴 장마에 '줄배'로 오가는 영월 동강변 가정마을 18일째 고립
긴 장마에 '줄배'로 오가는 영월 동강변 가정마을 18일째 고립
◇ 8일 오전 7명 119 구조대 구조 보트 타고 탈출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가정마을 주민은 구조를 요청하기로 했고, 지난 8일 오전 주민 11명 중 7명이 119 구조대의 구조 보트를 타고 동강을 건넜다.

주민들이 마을을 탈출하는 그날 귀염둥이 강아지인 석풍이도 헤어짐이 아쉬운 듯 선착장까지 나왔다.

현재 가정마을에 남은 주민은 권 반장을 비롯해 70대 후반의 노부부 등 4명이다.

권 반장은 "계속된 비에 식수로 사용하던 지하수도 흙탕물이 됐다"며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가축도 돌보고 마을도 관리하려면 누군가는 남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온 사방에 물난리가 나서 일손이 부족하겠지만, 식료품 등 구호품을 보급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