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금(金)이 그야말로 '금 값'이다. 금 가격이 하루가 멀다하고 사상 최고치로 뛰면서 금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전망과 자본시장이 불안해지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일반인들까지 '금테크'에 적극 나선다. 상반기 주식 열풍 속 동학개미가 있었다면 이젠 황금개미의 시대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 주변 골드러시, 황금개미의 모습을 한경닷컴 인턴기자 이지민 신현아 전명석 3인방과 함께 들여다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국내 투자자들도 본격적인 '금 사냥'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주식 시장 진격에 나섰던 '동학개미'들이 이젠 금 테크 시장의 '황금개미'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고가 행진에 금 거래 급증…투자방법은

1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KRX 금시장 거래량은 516kg으로 2014년 3월 시장개설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거래량과 비교해선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우리은행에서 개설된 금통장(골드뱅킹) 잔액은 5453억원에서 6404억원으로 17% 넘게 늘었다.
지난 7일 KB은행에서 가입한 골드바 신탁 통장과 영수증 및 시중 은행 금 관련 상품 안내장. (사진=전명석 인턴기자)
지난 7일 KB은행에서 가입한 골드바 신탁 통장과 영수증 및 시중 은행 금 관련 상품 안내장. (사진=전명석 인턴기자)
현재 개인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금 관련 투자처로는 △금 실물거래 △시중은행 금통장(골드뱅킹) △한국거래소(KRX) 금시장 △금 펀드 등이 있다.

지난 7일 기자는 서울 시내에 위치한 시중은행을 방문해 금 관련 상품 상담을 진행했다. 해당 은행 영업점에선 실물 골드바와 골드뱅킹, 골드바 신탁상품을 주로 취급하고 있었다. 특히 골드바보다는 골드뱅킹이나 신탁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분위기였다.

담당 직원은 "최근 금 투자를 위해 은행에 방문한 고객들 중 대부분은 골드바 신탁상품에 가입했다"며 "실물 금을 구입해 가져간 고객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실제로 골드바 등 금 실물을 구입하는 것은 단기 투자 측면에서 유리한 방법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구입과 동시에 부가가치세 10%를 내야하고 거래하는 곳에서 수수료를 약 5% 가져가기 때문이다. 15% 가량 손해를 보고 시작하는 만큼 실물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피하는게 낫다는 평가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골드바 신탁은 한국거래소(KRX)에 개설된 금시장을 통해 금 현물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에 기자도 가입해봤다. 해당 상품은 최저가입금액이 30만원으로 선취수수료 1%를 제한 금액을 KRX 금시장에 상장된 금 현물 99.99K에 투자한다. KRX금시장에 투자하고 싶지만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면 고려해 볼 만한 투자 방법이었다.

자동이체를 통한 자동 매수가 가능해 장기 투자가 가능하고, 자율적으로 추가 적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매매차익에 비과세가 적용되고 부가세 10%를 지불하면 골드바 실물 인출이 가능한 점은 KRX금시장 직접 매매와 동일했다.
금 가격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장중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 가격이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장중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본점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 양도세 無…100g 넘어야 실물 인출…수수료 0.3%


반면 KRX금시장을 직접 이용하고 싶다면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HTS, 전화 등을 통해 매매하면 된다.

1g 단위로 금을 살 수 있으며 보유한 금이 100g이 넘으면 실물로 인출할 수 있다. 거래수수료는 0.3% 내외로 골드뱅킹(1%)에 비해 저렴하다.
금 투자 상품비교. (자료=KRX)
금 투자 상품비교. (자료=KRX)
거래를 통해 발생한 차익에 대해선 과세되지 않는다. 보유 중이던 금을 팔아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데다 부가세(10%)도 면제된다.

KRX금시장에서 양도소득세와 부가세가 면제된 배경은 금 거래의 양성화를 위해서였다.

2013년 7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금 현물시장 개설 등을 통한 금 거래 양성화 방안'에 따르면 당시 유통되던 금(연간 100~110톤) 중 절반이 넘는 55~70톤 규모가 음성적으로 거래됐으며 부가세 탈루액은 연간 3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정부는 금 거래를 양성화 시키기 위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KRX금시장을 만들었다.

은행에서 판매 중인 금 통장은 계좌에 예금을 넣어두면 은행이 국제 금 시세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을 적용해 금을 0.01g 단위로 적립해준다. KB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와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골드테크', 우리은행의 '우리골드투자'가 대표적이다.

신규 가입 시에는 1g 이상, 매매 시에는 0.01g 단위로 소액투자가 가능하다. 수수료는 기준가격의 1%로 금을 살 때와 팔 때 모두 적용된다. 다만 금 통장은 원금 보장이 되지 않고 예금자 보호 대상도 아니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 리스크가 있으며 수익분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펀드 가입을 통해 금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10일 기준으로 국내에 설정된 금 관련 펀드는 총 11개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형 펀드 등으로 구성된다. 금 펀드는 발생한 이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적용된다. 금융소득 합계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최대 42%의 누진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특히 해외 금 ETF의 경우 해외 주식과 마찬가지로 양도소득세(22.2%)가 적용된다.

"금값 하락 가능성 항상 염두해야"

올해 KRX 금시장 시세 및 거래량 추이. (자료=KRX)
올해 KRX 금시장 시세 및 거래량 추이. (자료=KRX)
전문가들은 저금리와 유동성의 영향으로 당분간 금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공격적인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광재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금 값의 상승 하락 여부는 실질금리에 달려있다"며 "현재 마이너스로 전환된 실질금리가 과거 오일쇼크 당시와 같은 '-5%' 수준으로 내려간다면 온스당 3000달러 상승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자산리서치부 책임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안전자산 수요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권을 기록하는 상황이기에 안전자산 중에서도 특히 금의 선호도가 올라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실질금리 상승 등 금 가격이 하락 전환할 수 있는 포인트는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레버리지 ETF 등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1배 ETF나 KRX금시장 현물 투자를 하는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전명석 한경닷컴 인턴 기자 csun00@hankyung.com